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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세이토쿠대 이시무라 이쿠오 부교수 등이 2022년 실시한 연구에서 조사 대상 대학생의 부모 가운데 약 9쌍 중 1쌍이 정서적 유대 없이 혼인관계만 유지하는 이른바 ‘쇼윈도 부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사이에 정서적 유대가 없어도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일본 가정이 전통적으로 자녀 양육을 위한 공동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다.
가나가와현에 거주하는 70대 여성은 2022년 40년 넘게 함께 살았던 남편과 별거를 시작했다. 남편이 정년퇴직한 뒤 자신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공무원으로 정년까지 근무하고 자녀 양육과 부모 간병까지 마쳤다는 그는 “이제 충분하다. 앞으로는 내 인생을 살고 싶다”며 “‘사실혼’이라는 개념이 있다면 ‘사실상 이혼’이라는 관계가 있어도 되지 않나”고 말했다.
장년층 뿐 아니라 중년층으로도 비슷한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도쿄에 거주하는 한 40대 남성은 스마트폰 메모장에 ‘아이가 대학생이 되면 아내와 헤어진다’는 계획을 적어뒀다. 아내와의 갈등 끝에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고 있지만 부부간 대화는 사무적인 연락에 그친다. 그는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어 이혼하지 않는다”며 “육아 프로젝트는 앞으로 10년 남았다. 그때가 되면 부부는 해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확대와 가사·육아 부담의 불균형이 부부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맞벌이로 부부 모두 시간이 부족하지만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은 여전히 남편보다 길다. 부부 모두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가운데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커졌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시간은 줄었다는 것이다. 일본 시계업체 시티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부의 휴일 대화 시간은 1시간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20년 전보다 20분 감소했다.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육아 워크숍에서는 부모가 가정을 함께 운영하는 ‘공동경영자’가 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마쓰무라 나오토 도쿄베이 공동육아·공생 프로젝트 대표는 “남편이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니 당신이 결정해’라고 말하는 순간 아내의 독박육아가 시작된다”며 “부부가 단순히 집안일을 나눠 하는 수준을 넘어 의사결정과 책임까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