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퇴직연금개발원과 이데일리는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강당 3층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제5차 퇴직연금 혁신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앞서 정부는 기존 퇴직연금 제도의 낮은 수익률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기금형 제도 도입을 결정, 현재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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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운영 거버넌스 문제, 지급보장의 원칙과 한계, 수탁자 책임범위 등 구체적인 쟁점에 있어서 많은 논란이 있는 만큼 실제 집행 과정에서 나타날 문제에 대해 꼼꼼히 점검하면서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을 통한 지급보장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원칙을 정립하고 노후소득의 3층 구조(공적·개인·퇴직연금)가 균형되게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꼼꼼히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연금의 참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퇴직연금은 의무화된 사적 연금으로, 운영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험요율과 지급수준이 법률에 의해 정해져 있는 공적연금과는 다른 기준과 운영 거버넌스가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여당 간사인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에서 “퇴직연금 시장이 500조원 규모로 성장한 가운데 실제 혜택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노후보장에 도움이 되는 수익률이 나오는지와 안전한지가 가장 큰 이슈”라며 “수익률 제고를 위한 구조적 방안으로 기금화를 채택한 만큼, 어떤 방식이 근로자에게 가장 유리하고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상호 설득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대안으로 논의를 풍부하게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특위 야당 간사인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해 “공적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의무성을 띤 민간 연금으로 ‘하이브리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가입자가 안심할 수 있는 운용 장치를 설계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정교함을 요구한다”며 “여야가 힘을 합쳐 바람직한 제도화 입법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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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박희진 부산대 교수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성공적 안착과 공공형 퇴직연금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기금형을 도입하는 배경은 수익률이다. 가입자의 자율적 선택에 의존하는 계약형 제도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므로, 이를 보완할 시스템적·제도적 장치로서 기금형 전환이 요구된다”면서 “통계에 따르면 100인~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매우 높은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은 가입률이 10.6% 수준에 불과해 심각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공형 퇴직연금 기금이 시장에서 올바르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참여의 정당성 △경쟁 중립성 △신인의무 준수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사각지대에 있는 가입자들을 포괄할 수 있는 공공형의 역할이 분명히 필요하다”면서 “공적 기관으로서의 특수한 지위가 자율적으로 운영 중인 시장에 왜곡이 생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박사는 “기금형은 활성화가 될 것이고 (퇴직연금) 시장 전체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며 “진정한 확산기는 소수 기금의 성과가 계약형과 본격 비교되는 시점이다. 특히 연합형 기금이 개방성을 쥐고 문호를 열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파급력을 가진다면 빠른 시간 내에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형 기금이란 복수의 사용자들이 공동의 독립 수탁법인을 구성해 운용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김 박사는 “기금형은 저수익·저가입·일시금 인출이란 세 가지 자물쇠에 갇힌 시장의 문제를 풀 열쇠가 될 것”이라며 “핵심 동력은 기금형이 가져오는 ‘수탁자 책임의 가시화’에 있다. 기금형에서는 수탁법인의 거버넌스 형태로, 계약형에서는 선택·설계·책임이라는 형태로 수탁자 책임이 구체화된다. 이 두 가지 수탁자 책임이 제대로 작동할 때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비로소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과 포트폴리오의 전문화로 기존의 저조한 수익률이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기금형이 제대로 활성화가 된다면 2033년에는 1000조원을 넘길 것이며 2040년에는 1500조원에 도약하면서 국민연금과 함께 우리나라 노후 보장의 든든한 두 축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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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종합토론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 사업 참여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앞서 지난 6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와 함께 공단이 퇴직연금 시장의 사업자로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낮은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 구조에 갇힌 퇴직연금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메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국민연금은 장기간 자금의 순유입을 전제로 운용되는 단일 공적기금인 반면퇴직연금은 자금의 유출입이 빈번하고 다수 사업자가 경쟁하는 시장”이라며 “국민연금이 직접 시장에 참여해 민간의 자금운용 영역을 대체하기보다는 시장 인프라의 고도화를 지원함으로써 민간 사업자 간 성과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자본시장 발전 측면에도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업계 대표로는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상무가 국민연금과 민간 운용사들 간 수익률 경쟁에서 발생할 리스크를 우려했다. 그는 “수익률은 높을 때도 있고 낮을 때도 있는 법이다. 만약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이 민간 운용사보다 낮게 나온다면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기존 국민연금 자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까지 함께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류제강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2본부장은 앞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태스크포스)’에서 논의한 내용을 언급하며 “단계적으로 30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사업 참여 질의에 대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명의의 공식 문서로 회신한 내용을 공유했다. 당시 회신문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대상을 제외한 불특정 사업장을 위한 연기금의 참여는 현재 노사정 합의를 위반하는 방안이므로 한국노총은 반대하며 이는 기존 노사정 합의를 형해화하고 기금형 도입 논의를 무산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었다.
유호선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덴마크와 스웨덴을 예로 들면서 “해외 선진국에서도 공적 기관이 사적 연금이나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하므로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참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운용에 참여하면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