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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S공포'…관세맨 활약에 휘청이는 금융시장

이소현 기자I 2025.03.04 17:37:25

美 3대 지수, 日 닛케이 등 세계 증시 급락
비트코인 약 1만 달러 변동..유가 2% 하락
트럼프, 관세 이유로 '中日 통화약세 유도'
관세 부과국 타격…"美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맨’(Tariff Man)’ 행보에 전 세계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부터 동맹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가 시행된다고 확인했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선 지난달 10%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10%의 관세를 추가로 더 얹겠다고 밝혔다. 이 문제와 관련해 협상의 여지도 없다고 못 박자 트럼프 경제정책이 가져올 경기 둔화 가능성에 시장에선 주가는 하락, 채권 가격은 상승(채권 금리 하락)하는 식으로 반응했다. 관세정책이 미국의 번영을 가져오기보다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TSMC)의 투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관세 강행’에 얼어붙은 투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강행에 이날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고율 관세는 결국 미국 기업에도 타격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 나스닥종합지수는 2.6% 각각 하락 마감했다.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도 영향을 받았다. 4일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는 전장 대비 1.2% 하락 마감했다. 닛케이는 이날 장중 3%까지 떨어져 3만6000선대로 작년 9월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코스피는 0.15% 하락 마감했다.

글로벌 채권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중순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하향 돌파한 이후 하락 흐름을 지속하며 이날 4.1%대로 떨어졌다.

코티아뱅크의 수석 통화전략가 숀 오스본은 “미국 국채 금리 하락과 주식 약세는 시장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고율 관세가 미국의 주요 산업에 매우 빠르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경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하루 새 약 1만 달러가 출렁거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전략 비축 추진 언급에 전날 9만5000달러대까지 급등했다가 이날 8만6000달러대로 약 9% 하락해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가상자산 트레이딩 기업 QCP 캐피탈은 보고서에서 “미 행정부의 최근 관세 인상 이후 전반적인 위험 자산 시장이 불안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도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99% 급락한 배럴당 68.37달러,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1.63% 떨어진 71.62달러에 마감했다. 주요 산유국이 내달부터 원유 증산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란 소식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 성장과 석유 수요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달러 대비 캐나다 달러, 멕시코 페소 동향 및 유가 추이 (그래픽=김일환 기자)
◇트럼프 “엔·위안 가치 절하로 美 불공평한 불이익”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인상 이유로 중국과 일본을 지목해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엔화든 중국 위안화든 그들이 통화 가치를 낮추면 우리에게 매우 불공평한 불이익이 초래된다”며 관세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공평함을 회복시키는 조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엔화 가치는 급격히 상승했는데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150엔대에서 148.63엔까지 떨어졌다. 이후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일본은 통화 약세 정책을 쓰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강행에 당사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의 통화 가치는 급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일 한때 캐나다 달러·미국 달러 환율은 0.6% 오른 1.4542캐나다 달러까지 올랐다. 멕시코 페소·미국 달러 환율 역시 0.9% 급등한 20.75페소까지 오르기도 했다. 캐나다 달러화와 페소화 가치 모두 지난달 초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옆 월스트리트를 사람들이 걷고 있다.(사진=AFP)
◇‘관세 부메랑’…美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경고등

관세 부과에 따른 부정적 여파가 상대국에 우선적으로 타격을 주겠지만 미 경제에도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위험을 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 SWBC의 크리스 브리게티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가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고율 관세 부과는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경제분석업체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예고한 관세가 시행될 경우 3열 풀사이즈 SUV 가격이 9000달러(약 1300만원) 오르고, 크로스오버 전기차의 경우 최대 1만2200달러(약 1800만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너선 윌킨슨 캐나다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강행에 대해 “양측 모두 패배로 가는 제안”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이 휘발유, 전기, 난방 가격의 상승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가 부과 대상국은 물론 미국의 성장률을 함께 낮추고 물가상승률마저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는 잇따르고 있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워윅 맥키빈 선임 위원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시 미국의 성장률을 2026∼2029년 매년 0.2%포인트가량 낮추고, 2025년 인플레이션을 0.43%포인트 높이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반면 글로벌 무역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시드니에서 개최된 ‘호주 파이낸셜 리뷰 비즈니스 서밋’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에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견해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일축하면서도 무역 불균형 해소 방식은 대외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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