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망보안체계(N2SF)’는 병원 전체가 아니라 중환자실처럼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곳만 무균실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나머지 공간에서는 위험도에 맞는 적절한 방역조치를 취하면서 외부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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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병원균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데만 집중한다면 병원 전체를 무균실로 유지하는 편이 더 안전할 수 있다. 단, 모든 사람이 정해진 규칙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코로나19 때도 경험했듯 사람들을 완벽하게 격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무리 강력한 격리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외부와의 접촉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 특히 격리해야 할 공간이 넓어지고 지켜야 할 규칙이 많아질수록 모든 사람과 공간을 완벽하게 통제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외부 인터넷과 분리해 놓더라도 USB로 자료를 옮기거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야 하고, 외부 업체가 장비를 점검해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직원들이 업무 편의를 위해 몰래 외부와 연결되는 통로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병원 전체를 무균실로 유지한다고 해놓고 정작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드나드는 쪽문이 생기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일단 병원균이 침투했을 때다. 외부에서 병원균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격리 조치만으로는 병원 내부에서 병원균이 퍼지는 것까지 막을 수 없다. 망분리 역시 외부의 침입을 어렵게 만들 뿐, 일단 침투한 악성코드가 내부에서 확산되는 것까지 자동으로 막아주지는 못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병원 전체를 무균실로 유지하려다 보면 외부의 우수한 의료진을 초빙하거나 최신 의료장비를 도입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결국 병원 내부의 인력과 장비에만 의존하게 되고, 비용은 늘어나고 의료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 있다. 외부의 발전된 기술과 경험을 받아들이지 못하다 보니 다른 병원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과거 우리나라가 쇄국정책을 폈던 때와 비슷하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며 문을 걸어 잠갔지만, 그사이 다른 나라들은 새로운 기술과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빠르게 발전했다. 외부와의 단절이 우리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세계의 변화에서 뒤처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최근 국내 금융권을 겨냥한 해킹 사건에서는 AI를 활용한 공격 도구까지 등장했다. 과거에는 숙련된 해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찾아내야 했던 보안상의 빈틈을 이제는 AI의 도움으로 훨씬 빠르게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해킹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과거의 획일적 망분리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다시 디지털 쇄국정책을 펴자는 이야기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격리해야 할 공간이 넓어지고 지켜야 할 규칙이 많아질수록 모든 사람과 공간을 완벽하게 통제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규칙이 지나치게 불편해지면 사람들은 규칙을 지키기보다 이를 피할 방법부터 찾기 때문이다.
비밀번호가 좋은 예다.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만들수록 안전할 것 같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규칙을 강요하면 사람들은 비밀번호를 메모지에 적어 모니터에 붙여 놓거나 기존 비밀번호의 숫자만 바꾸는 등의 꼼수를 생각해 낸다. 보안을 강화하려고 만든 규칙이 오히려 보안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병원 전체를 무균실로 만들겠다는 디지털 쇄국정책을 고집할수록 사람들은 업무 편의를 위해 여기저기에 몰래 쪽문을 만들게 된다. 문제는 AI 시대에는 이러한 쪽문이 더욱 위험해진다는 점이다.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작동하는 AI 에이전트들이 사람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쪽문, 즉 관리가 소홀한 보안상의 빈틈을 빠르고 광범위하게 찾아내 공격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을 걸어 잠그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관리되지 않는 쪽문을 늘리고, AI는 바로 그 쪽문을 노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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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처럼 자체 AI를 개발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조차 최근 외부 AI 서비스의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업이라도 전 세계에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을 혼자서 모두 개발하고 따라잡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수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에 외부 AI를 사용하지 말고, 필요한 AI는 직접 개발해 외부와 단절된 폐쇄형 환경에서만 사용하라고 한다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설령 가능하더라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그사이 외국 기업들은 최신 AI를 적극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훨씬 앞서 나갈 것이다.
외부의 위협을 막겠다며 문을 걸어 잠그는 사이, 정작 세계와의 기술 경쟁에서는 뒤처지는 또 다른 디지털 쇄국의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는 보안정책에 대한 생각을 바꿀 때다. 외부의 위협을 막기 위해 만든 정책이 오히려 우리를 최신 기술로부터 고립시키고 국가경쟁력까지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은 철저하게 지키되, 나머지 영역에서는 안전하게 외부와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 시대에 N2SF로의 신속한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0/PS2610150103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