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 같은 자산이 두 시장에서 서로 다른 가격에 거래되면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싼 시장에서 매수하고 비싼 시장에서 매도하는 차익거래에 나선다. 국내 본주를 ADR로 전환해 미국 시장에서 팔 수 있다면 국내 주식에는 매수세가, ADR에는 매도세가 유입돼 가격 차이가 좁혀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거래에서는 양 시장의 매매와 결제, 주식 전환 절차가 원활하게 연결돼야 한다. 표시된 괴리율이 그대로 투자자의 확정 수익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차익거래가 이론처럼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로 발행 한도와 거래 절차상의 제약을 꼽았다. 신 센터장은 “발행 한도의 여력이 생기지 않으면 신규 ADR 전환이 제한되는 부분이 있고, 원주와 결제·보관 절차 등의 제약도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과 거래 수수료 등 비용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ADR과 본주 간 가격 차이가 크다고 해서 차익거래가 자동으로 활발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서 SK하이닉스 ADR의 국내 본주 전환 가능 물량은 0주로 표시돼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기존 ADR 보유자가 ADR을 국내 본주로 전환해야 국내 본주를 ADR로 바꿀 수 있는 여력이 다시 생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 본주를 매수하더라도 ADR로 전환할 여력이 없다면 미국 시장에서 매도하는 차익거래를 실행하기 어렵다. 괴리율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그 차이를 수익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 7일 ADR 상장 당시 적용된 90일 락업이 해제됐지만 본주와 ADR 간 전환 가능 물량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락업은 기존 보유자의 매도 제한과 관련된 조치인 반면, 국내 본주를 ADR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한도와 절차는 별개의 문제다. 기존 보유자의 매도 제한이 풀렸다고 해서 국내 본주를 ADR로 바꿔 매도할 수 있는 물량까지 늘어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양 시장의 수급과 투자심리 차이도 괴리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DR이 상장된 7월 10일부터 10월 13일까지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을 27조 489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도 각각 약 3조 5904억원, 5조 98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국내 본주에 대한 매도 압력이 이어진 가운데 미국 시장과 국내 시장의 수급 여건 및 투자심리 차이가 가격 괴리를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의 경우 외국인 매도 우위가 수개월째 지속되다 보니까 매수 주체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별 프리미엄과 위험 프리미엄의 차이도 괴리율을 설명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차익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가격 차이가 좁혀질 수 있지만 전환 제약과 시장 수급,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 차이가 이어질 경우 괴리율이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괴리율 축소의 변수로는 ADR 추가 발행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DR 상장 직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에게 좋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ADR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언급이 나올지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는 최 회장이 향후 발행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으로, 구체적인 발행 시기나 규모가 정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추가 ADR 발행은 괴리율 축소의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실제 효과는 발행 방식과 전환 여력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환 한도와 거래 절차상의 제약이 어떻게 해소되는지, 국내외 수급과 투자심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 센터장은 “반도체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갈 때 괴리율이 좁혀지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단독] '내란 수감자' 접견 2년간 5천회 넘어…윤석열 등 3명이 40%](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10/PS26101400609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