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조사에서 고소득·고자산층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자산 불평등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고, 과거 데이터로 학습한 AI 역시 시장이나 정책 환경이 달라지면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데이터 변화를 지속적으로 감지해 통계를 보정하고, AI도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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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은행과 한국통계학회가 공동 개최한 ‘AI, 데이터, 그리고 경제통계: 변화하는 환경과 새로운 접근’ 포럼에서 박세호 홍익대 교수와 송경우 연세대 교수는 변화하는 데이터 환경에서 통계와 AI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각각 발표했다.
박 교수는 같은 경제현상을 측정하더라도 가계조사와 국민계정 등 미시·거시 통계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은행 연구를 인용해 166개국의 가계조사와 국민계정을 비교한 결과 가계조사 기준 1인당 평균 소비는 국민계정보다 평균 22% 낮고, 가계조사 기준 1인당 소득은 국내총생산(GDP)보다 평균 52%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격차가 단순히 숫자가 다른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계 소비가 실제보다 적게 잡히면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이나 취약계층 규모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 특히 면접조사에서는 고소득·고자산 가구의 응답률이 낮아 이들이 지속적으로 적게 포착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자산 불평등도 실제보다 낮게 추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기존처럼 조사자료의 전체 금액을 국민계정 등 외부 통계와 맞추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전체 금액은 맞더라도 소득·자산이 계층별로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까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이에 두 자료가 어디에서, 왜 달라지는지를 먼저 찾아낸 뒤 차이가 발생한 부분을 보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단순히 연계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거나 추정치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방식과 데이터 분포 변화에 대한 분석을 결합하면 조금 더 현실적이고 정확한 통계를 작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 바뀌면 AI도 오판…‘자가진화’하되 검증 필수
AI도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 송 교수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했더라도 실제 사용 환경이 학습 당시와 달라지면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다. 코로나 이전에 학습한 안면인식 AI는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되면서 성능이 크게 떨어졌다. 금융 분야에서도 코로나 당시 대출 상환유예가 시행되면서 과거에는 신용위험을 판단하는 데 활용했던 대출 상환 여부의 의미가 달라졌다. AI 자체가 바뀐 게 아니라 AI가 판단해야 하는 현실이 달라진 것이다.
송 교수는 최신 AI 역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다 학습했다고 하더라도 분포 변화에 취약한 것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송 교수는 한 번 학습한 뒤 그대로 사용하는 AI를 넘어 환경 변화를 스스로 감지하고 적응하는 ‘자가진화 AI 에이전트’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AI가 업무를 수행한 결과에 대해 정답이나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아 다시 개선하고, 이 경험을 다음 업무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송 교수는 이 같은 방식을 한국은행의 AI 플랫폼인 ‘BOKI’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BOKI를 단순 질의응답 시스템에서 나아가 과거 업무 결과와 전문가 피드백을 축적·재사용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자가진화 AI 에이전트로 고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자가진화 과정에서 오류나 ‘환각’까지 함께 증폭되지 않도록 통계적 평가·검증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AI가 스스로 변화한다고 해서 신뢰성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장원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자가진화 AI가 실제로 제대로 개선됐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과제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물가 위험단계 판단처럼 평가 기준이 비교적 명확한 업무와 달리, 통화정책 판단처럼 정답을 정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는 AI의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통계 개편과 AI 모델의 업데이트 과정에서 변경 이력과 검증 절차를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