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운명 가를 '최상목 문건'…작성자·의도 두고 법정 공방

박종화 기자I 2025.01.23 17:29:40

'비상입법기구 설치' 등 국헌문란 스모킹건 부각
김용현은 "내가 작성…비상입법기구는 긴급재정입법 수행" 주장
긴급경제재정명령도 국회 승인 필요한데 국회활동 금지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행동지침을 담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줬다는 이른바 ‘최상목 문건’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메모지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전 장관은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상목 문건 작성자를 묻는 윤 대통령 변호인 질문에 “제가 작성했다”며 실무자를 통해 최 대행에게 전달했고 했다.

최상목 문건의 작성자와 작성 의도가 중요한 건 이 문건에 내란의 핵심 요건인 국헌 문란 시도를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문건엔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지원금·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내용대로면 작성자는 헌법기관인 국회를 무력화하고 국회를 대신할 비상입법기구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형법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을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부터 윤 대통령이 최상목 문건과 거리를 두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야당 등은 윤 대통령이 이 문건 작성을 지시 내지 승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자신이 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김 전 장관은 비상입법기구에 관해 “헌법 76조에 나온 긴급재정입법권(긴급경제재정명령·국회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이 긴급 조치가 필요할 때 최소한의 재정·경제상 처분을 내리기 위한 대통령의 명령권. 이 명령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낼 수 있다)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기재부 내에 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예산이 있으면 편성하라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자금 차단에 관해서도 “국회 관련 보조금 차단은 국회를 통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보조금 지원금 등을 차단하라는 취지였다”고 강변했다. 윤 대통령 역시 비상입법기구에 대해 “국보위(국가보위입법회의. 1980년 신군부가 국회를 해산한 후 설치한 관선 입법기구)라고 하는데 (그게 맞다면 그 설치를) 기재부한테 말하는 게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 신문에서 김 전 장관이 최상목 문건 관련 책임을 모두 떠안으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재판부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진 미지수다. 최 대행은 지난달 국회에서 12·3 사태 당시 대통령이 자신을 불러 ‘참고하라’며 누군가를 통해 문건을 전달받았다고 증언했다.

비상입법기구가 헌법상 긴급경제재정명령을 행사하기 위한 조직이라는 설명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헌법은 대통령이 긴급경제재정명령을 행사하더라도 이를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령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는 국회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포고령대로면 국회가 긴급경제재정명령을 승인할 수 없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사 포고령 1호에 대해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상징성이 있어서 놔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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