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사책임 합리화를 위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민사소송 제도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요즘 소송을 보면 서면이 점점 길어지고 대형 로펌 선호 현상이 심해지면서 경제력 차이가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능력이 있고 시간을 많이 투입할 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한 쪽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가진 쪽이 이기는 재판이 돼야 한다”며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디스커버리는 변론기일 이전 단계에서 당사자가 상대방이나 제3자가 보유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서면질의·문서 제출 요구·자백 요구·증언 녹취 등이 주요 수단이다.
김 변호사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민사소송 절차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스커버리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협력 의무와 진실 의무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 관계를 밝히기 위해 당사자가 성실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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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자로 나선 진시호 공동법률사무소 수 변호사 역시 증거 확보가 어려워 민사사건이 형사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현재 우리나라 민사소송제도는 가지고 있는 유리한 증거는 제출하고 불리한 증거를 잘 숨기는 쪽이 승소하도록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진 변호사는 제도 도입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 증가, 기술 유출 우려 등을 고려해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증언녹취 제도 도입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 변호사는 “소송을 하다보면 증인 신청채부에 대해 법원이 지나치게 엄격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법원 입장에서는 별도의 재판 시간을 들여 증인신문을 할 필요도 없고 소송 당사자들도 자신들이 신문하고 싶은 인원과 신문 내용을 자유롭게 정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스커버리 제도의 설계 방향에 대해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보다 분쟁 해결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와이즈포레스트 대표 천준범 변호사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초점을 맞춰 모든 증거를 다 공개하도록 하면 오히려 소송이 더 길어지고 소모적으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심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패소할 수 있다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당사자들이 전략적으로 판단해 분쟁을 조기에 종결하게 될 것”이라면서 “100까지 가는 소송이 아니라 90에서 효율적으로 끝나는 제도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디스커버리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재 규정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정원 법원행정처 민사지원 제1심의관은 “현재 문서제출명령 제도가 활발히 활용되지 않는 이유도 의무 위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디스커버리 의무 위반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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