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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의 서두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10년 만에 다시 서울을 찾은 벅찬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서울과 이곳은 제 마음속에 항상 특별한 장소로 남을 것”이라며 “나에게 이곳은 현대 AI 시대가 시작된 곳과 같다”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하사비스 CEO는 이어 “여러 면에서 어제 바로 이 근처에서 대국을 치른 것 같으면서도, 그사이 일어난 비약적인 발전을 생각하면 100년은 지난 것 같은 기분도 든다”며 “모든 것이 시작된 이곳으로 돌아와 정말 기쁘다”고 전했다.
이 교수도 “하사비스 CEO의 소식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며 2024년 하사비스 CEO의 ‘노벨화학상 수상’과 관련해 “굉장히 기쁘게 생각했다”며 축하를 건넸다. 이어 “알파고와의 대전은 내 인생에 정말 잊지 못할 기억이며, 인생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시발점이자 원동력이었다”며 “정말 다시 한번 마주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겟다고 생각했는데,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만남의 소회를 밝혔다.
“이세돌 78수, 인간 창의성의 상징…AI 인류 역량 증폭기 될 것”
두 사람은 10년 전 대국이 단순한 승부를 넘어 인류와 기술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 상징적 사건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사비스 CEO는 당시를 회상하며 “알파고의 37수는 과학 분야에서 필요한 창의성을 보여주었고, 이 교수의 78수는 인간의 직관과 창의성의 상징이 된 놀라운 수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 교수는 여전히 대국에서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사람”이라며 경의를 표했다.
여기서 언급된 ‘37수’는 기존 바둑의 관습을 깨고 AI가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창조할 수 있음을 증명한 파격적인 수로 평가받는다. 반면 이 교수의 ‘78수’는 복잡한 국면 속에서 인간 특유의 직관과 영감으로 AI의 허를 찌른 ‘신의 한 수’이자, 인류의 잠재력을 증명한 이정표로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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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대전 이후 지난 10년간의 기술 발전에 대해 하사비스 CEO는 “AI가 실험실의 연구를 넘어 이 방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의 삶에 동력을 제공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과학적 난제였던 단백질 구조 예측(알파폴드)을 언급하며 “과거 박사 과정 학생 한 명이 5년에 걸쳐 하던 일을 이제는 1년 만에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풀어내 전 세계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며 “AI가 없었다면 10억 년이 걸렸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 역시 AI의 위력이 일상이 된 현실을 짚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산업혁명과는 다른 엄청난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AI는 인간과 대화가 통하고 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 존재를 협업의 파트너로서 어떻게 함께할지 정리가 필요하다”며 “다만 AI 시스템에 생각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도록 인간의 역할을 조심스럽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 해결하는 새 르네상스 기대…자녀가 게임 즐긴다면 그냥 두셔도 좋아”
하사비스 CEO는 인간 지능에 대한 깊은 존중을 표하며 AI의 역할을 정의했다. 그는 “인간의 마음은 우리가 아는 유일한 범용 지능의 실체이며, 수렵-채집을 위해 진화한 뇌로 현대 문명을 창조한 인류는 정말 대단하다”고 밝혔다.
이어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향후 10년 동안 AI가 과학자와 의료진을 돕는 일종의 역량 증폭기(Force Multiplier)가 돼 놀라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며 “우리가 올바르게만 한다면 향후 10~20년 내에 모든 질병을 해결하고 환경 문제나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에 도움을 주어 인류 번영의 새로운 황금기, 즉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사비스 CEO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대해 언급하며 위트 있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전통적인 과학·수학 공부는 도구를 조율하기 위해 여전히 중요하다”면서도 게임을 통한 학습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만약 자녀가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면 그냥 두셔도 좋다”며 “나 역시 어릴 적 게임을 만들며 코딩과 AI를 배웠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미래 세대가 이러한 도구를 직접 써보며 새로운 비즈니스와 앱을 만드는 ‘슈퍼파워’를 갖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구글은 이날 이 교수에게 알파고 대전 10주년을 기념한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사비스 CEO가 직접 전달한 상패에는 “2016년 알파고와의 역사적인 대국으로부터 10년, 인류와 AI 간 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하신 귀하의 중추적인 역할에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알파고 대전의 역사적 의미를 기념했다.
두 사람은 서명이 완료된 바둑판 앞에서 사진 촬영을 진행하며 인류와 AI가 조화를 이룰 앞으로의 10년을 기약했다. 하사비스 CEO는 “이 교수와의 대국이 남긴 유산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AI는 인간의 직관과 판단을 보조하여 인류가 별을 향해 여행하거나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