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규 알체라 대표이사는 지난 14일 서울 논현동 알체라 본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피지컬 AI 독자 기술 필요성과 데이터 인프라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알체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주관하는 총 340억원 규모의 ‘피지컬 AI 선도기술개발’ 국책 R&D 사업에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하며 생태계의 핵심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실내 복합 환경에 특화된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의 핵심 기술을 개발해, 최종적으로 로봇의 액션 성공률을 기존 대비 20%p 이상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황 대표는 이번 국책 과제에서 알체라의 역할을 단순히 데이터를 가공하고 태그를 다는 전통적인 ‘데이터 라벨링’ 작업과 명확히 차별화했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필요한 고품질 AI 데이터를 수집·정제·품질 검증하는 전 과정을 자동화·체계화하는 ‘엔드투엔드(E2E) 데이터레이크 파이프라인 및 통합 플랫폼 구축’이 알체라의 핵심 정체성이라는 설명이다.
시뮬레이션 한계 극복, 현장 연동된 ‘실제 로봇 평가’가 승부처
그는 현재 피지컬 AI 모델 학습 과정에서 가상 시뮬레이션상의 수치만으로는 실제 시장에 나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기존 평가는 컴퓨터 내부 데이터 안에서만 이뤄졌지만, 물리 세계를 다루는 피지컬 AI는 실제 로봇에 탑재했을 때의 정확도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황 대표는 “가상 시뮬레이션이나 컴퓨터 상에서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더라도, 실제 로봇에 AI를 탑재했을 때 컵 하나를 집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실패작”이라며 “데이터를 취득하고 AI를 학습시킨 뒤, 실제 로봇에 올려 제대로 작동하는지 평가하는 피드백 루프가 현장과 연동돼 빠르게 돌아야만 실질적인 상품성이 나온다”고 짚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체라는 데이터를 일회성으로 넘겨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AI 모델을 성장시키기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판단·평가하고 이에 맞는 고품질 데이터를 지속해서 재공급하는 파이프라인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취득 과정에서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구동 중인 로봇 하드웨어가 고장 나면 현장에서 즉각 대응하고 수리할 수 있는 융합적 운영 역량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알체라는 제조, 수리, 조선 등 복잡한 변수가 가득한 산업 현장에서 원천 데이터를 취득하기 위해 ‘원격 조작’ 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사람이 원격으로 로봇을 정밀 조작해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로봇에 장착된 멀티 카메라의 영상 데이터와 관절 센서의 구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하여 축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AI는 카메라 화면으로 대상을 인지할 때 로봇 관절 모터를 어떻게 제어하고 움직여야 하는지 그 행동 제어 방법을 학습하게 된다.
높은 인건비가 만든 ‘시장성’…중·일 꺾을 한국형 유스케이스의 힘
특히 황 대표는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 기술이 고도화돼 기술 스펙이 상호 평준화될수록, 실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디테일한 현장 데이터’가 차별점을 만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전 세계 데이터를 모아 뛰어난 범용 모델을 만들더라도, 특정 제조 현장이나 특수 산업 환경에 들어가는 순간 현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그는 이어 “대규모언어모델(LLM) 분야는 글로벌 빅테크의 독주를 따라잡기 어려워 국내 업계가 ‘3강’을 목표로 경쟁하지만, 피지컬 AI 기반이 되는 비전-언어-행동(VLA) 모델은 상대적으로 모델 규모가 작다”며 “양질 데이터와 정교한 평가 체계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글로벌 ‘1강’ 경쟁력을 확보해 독자 모델로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기술적 가능성을 자신했다.
여기에 동아시아 3국 중에서도 한국이 피지컬 AI 실전 데이터 확보에서 갖는 명확한 비교 우위가 더해진다고 황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고품질의 제조 및 산업 데이터를 제대로 취득할 수 있는 공장과 산업을 갖춘 나라는 한국, 일본, 중국 정도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중국은 국가 보안상 현장에 들어가 데이터를 직접 취득하기 어렵고,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높은 인건비 덕분에 로봇 도입 시 즉각적인 경제성이 나오는 구체적인 유스케이스(적용 사례)를 발굴하기가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중국 대비 인건비가 비싼 환경이라 야간 매장 무인 운영이나 시니어 케어, 농촌의 밭농사 등 로봇을 투입해 해결해야 할 절박한 현장 수요가 많다”며 “이러한 쓰임새를 바탕으로 로봇에게 무엇을 어떻게 학습시켜야 할지 정밀하게 분석하고 데이터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상품성이 결정되는 나머지 5% 디테일을 채우는 영역에서는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위반 시 형사처벌 리스크…안전벽·동의 장벽에 데이터 비용만 폭증”
그러나 황 대표는 실제 환경의 ‘날것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국내의 규제 허들에 대해서는 뼈아픈 현장의 목소리를 토로했다. 대표적 걸림돌로 개인정보보호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언급했다. 규제 허들로 인해 국내 실제 환경 데이터 자체의 획득 비용이 해외 경쟁국들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비싸진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약관 동의 등을 통해 배달 과정에서의 이동 경로, 손짓, 음성 데이터를 비교적 쉽게 취득하지만,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며 “실제 환경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동의를 받으려면 수십만 원 상당의 보상 비용이 발생해 데이터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지고 속도도 느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장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상 높은 안전벽을 두고 로봇을 구동해야 해 실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환경의 데이터를 얻기 힘들다”며 “개인정보법 같은 규정은 위반 시 기업들이 형사처벌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도전적인 시도를 하기 어려우므로, 중국처럼 특정 도시 전체를 실증 구역으로 지정해 과감하게 규제를 풀지 않으면 결국 남의 나라 기술에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체라는 이번 국책 과제를 계기로 그동안 금융, 보안 등 오작동 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리스크가 극도로 큰 분야에서 인정받은 신뢰성 있는 AI 역량을 피지컬 AI 데이터 시장에서 명확히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황 대표는 “금융 AI 분야가 대표적이듯 AI가 잘못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리스크가 따른다”며 “단순히 데이터의 양을 늘리는 구축 방식에서 벗어나, AI 모델을 성장시키기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판단하고 평가하는 기술과 체계를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책 사업에 당사가 가진 데이터 역량을 십분 발휘해, 피지컬 AI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시장에 공급하는 독보적인 전문 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