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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의 AI 투자도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컬럼비아대의 스테인 판 니우어뷔르흐 경제학자는 최근 논문에서 2032년까지 AI 관련 인프라에 대한 누적 투자액이 9조달러(약 1경 208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현실화된다면 GDP 대비 투자 규모 기준 19세기 철도 건설 붐을 웃도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본지출이다.
기업들의 부채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 오라클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체결한 리스 계약과 구매 약정, 지급보증 등 재무상태표에 반영되지 않는 의무만 약 3조달러(약 4029조원)에 달한다.
미국의 대규모 AI 투자는 한국과 대만 등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대거 구매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대만 TSMC 등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에 현금이 쌓이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전자부품 월간 수입액은 2023년 12월 110억달러(약 14조 7700억원)에서 올해 7월 710억달러(약 95조 3388억원)로 급증했다. AI 관련 수출 증가에 힘입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도 2023년 330억달러(약 44조 3124억원)에서 올해 450억달러(약 60조 42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GDP 대비 저축 비율은 2023년 말 33%에서 올해 6월 40%로 상승했다.
이렇게 축적된 자금 일부는 다시 미국 금융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2023년 170억달러(약 22조 8000억원)에서 올해 7월 690억달러(약 92조 6600억원)로 급증했다. 미국의 AI 투자가 아시아 반도체 수출을 늘리고, 아시아에서 축적된 자금이 다시 미국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AI 투자 열풍을 뒷받침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HSBC의 프레더릭 노이만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자본은 미국 AI 호황을 움직이는 연료”라며 “AI 투자가 흔들리면 미국과 달러화는 물론 아시아와 세계 경제 전반에 고통스러운 조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자금 흐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닮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당시에도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막대한 초과저축이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글로벌 경제 불균형이 심화했다.
투자처의 성격도 달라졌다. 2000년대 초반에는 아시아 등의 초과저축이 주로 중앙은행을 통해 미국 국채와 채권으로 유입됐다. 이는 미국의 차입비용을 낮추고 신용 확대를 뒷받침했다. 최근에는 해외 중앙은행들의 미국 국채 매입이 줄어들고 헤지펀드와 연기금 등 민간 투자자들이 주식과 회사채 등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에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결국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채금리 상승은 이미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의 이자 부담을 키워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고, 위기 발생 시 대응 여력까지 줄일 수 있다. 더욱이 일부 헤지펀드가 미국 국채를 담보로 위험자산에 투자해 AI 관련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매도하면서 금융시장 충격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AI 호황의 혜택을 누리는 국가들이 오히려 거품 붕괴 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베스코의 데이비드 차오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역설적으로 AI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국가들이 AI 호황이 끝나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AI 기술의 실질적인 활용과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이 뒷받침되고 있어 현재의 AI 투자 열풍을 2008년 금융위기와 동일시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0/PS2610130132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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