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품질’ 문제? 전수조사 해보니
尹체포 이후 여론조사 응답률 상승세
전문가 “조기대선 국면·하우스이펙트”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론조사 응답률이 상승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보수층이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과표집’ 현상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가 가시화된 1월 1주차부터 여론조사 응답률이 크게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 ARS방식 여론조사 응답률 추이. 주황색은 추세선. (그래픽=김혜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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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데일리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진행된 전국단위 여론조사 86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여론조사 업체 16곳(총 22곳, 조사결과 1건인 업체 6곳 제외) 중 응답률이 상승한 업체는 11곳이었다. 나머지 5곳은 추세선을 그렸을 때 대체로 응답률을 유지했다.
| 여론조사기관 업체 22곳의 응답률 추이. (그래픽=김혜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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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동응답조사(ARS)를 활용한 방식의 여론조사는 응답률 상승세가 뚜렷하다. ARS조사의 경우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1주차 3% 미만의 응답률을 보이다가 계엄 이후 응답률이 6%대로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이후인 12월 3주차부터는 다시 응답률이 낮아지다가, 체포 시도가 있던 1월 1주차부터 여론조사 응답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세부 여론조사 기관별로는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의 응답률 상승세가 가장 높았다. KOPRA는 지난 1월 1주차 진행한 조사 응답률이 4.70%였지만 1월 3주차 진행된 최근 조사 응답률은 11.9%로 높아졌다. 응답률이 높다 보니 조사를 위해 전화를 돌리는 회수인 ‘접촉규모’도 크게 줄었다. 1월 1주차 조사에서는 15만 회 전화를 돌려야 응답자 1000명을 채울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4만회에 응답자 1000명을 채웠다. 또 천지일보 등이 의뢰한 코리아정보리서치의 조사 응답률 역시 지난해 12월 4주차 응답률 2.70%에 불과했지만 1월 4주차 응답률은 7.6%로 크게 올랐다. 마찬가지로 12월 4주차 조사에서는 접촉규모가 21만 7136회였지만 1월 4주차에는 7만 5243회로 줄었다.
이어 유무선 ARS 방식을 혼합해서 조사하는 리얼미터는 12월 1주차 응답률 4.8%에서 탄핵 직전인 12월 2주차에 응답률 6.9%까지 올랐다. 탄핵 이후에는 4~5%대 응답률을 유지하다가 1월 3주차에 7.8%까지 올랐다.
아울러 무선 전화면접 응답률도 상승했다. 대표적인 무선 전화면접 기관인 한국갤럽은 12월 1주 응답률 12%에서 1월 3주 16.3%로 상승했다. 접촉규모는 2만 538명에서 1만 6496명으로 작아졌다. 여론조사 꽃의 경우 응답률이 명확하게 상승하지는 않았다. 12월 1주차 응답률 18%에서 탄핵 이후인 12월 3주차에 13.5%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 1월 3주차 응답률 17.1%를 기록했다.
최근 여론조사 응답률이 상승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이후 유권자들이 ‘조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며 여론조사에 관심을 보이는 것과, ‘하우스 이펙트’다. 하우스 이펙트란 여론조사를 의뢰·수행하는 기관의 성향에 따라 조사 결과에 편향성이 생기는 현상을 뜻한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3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이후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선거 시즌으로 간 것”이라며 “대체로 선거가 임박하면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서 여론조사 응답률이 상승한다”고 말했다.
또 “확실히 하우스 이펙트가 있는 것 같다”며 “KOPRA 조사 이후 윤 대통령에 유리한 지지율이 나오니 이 기관에서 조사 전화가 오면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RS의 경우 알뜰폰을 포함하다 보니 국민의힘 지지율이 좀 높은데다가, 보수층에서 여론조사 ‘총 동원령’이 내려졌다. 여론조사 전화 오면 무조건 받으라고 하니 정말 열심히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론조사 업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체포, 구속 등 여당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는데도 일부 조사에서 여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앞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KOPRA를 콕 집어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특정 이념을 가진 시민의 응답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 연령, 거주지역 등은 인구센서스 기준값으로 보정 할 수 있지만, 이념은 기준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지지층에서 여론조사 응답에 적극적이라면 사실상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히려 더 다양한 여론조사를 통해 여론을 교차검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대표는 “보수냐 중도나 진보냐는 ‘움직이는 값’이기 때문에 기준치가 없다”며 “조사기관들은 하우스 이펙트를 중립적으로 가지려 계속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너무 극단에 있는 매체(의뢰기관)과는 잘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