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북 산불 이재민 임시 거처인 안동시 길안면 길안중학교 강당에 이재민들이 함께 숙식 중이다. 지난 3월부터 이곳에 설치된 이재민 텐트에는 현재 어르신 57명이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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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대부분이 금 할머니처럼 집은 물론이고 배우자의 영정 사진, 3대째 모아둔 사진 앨범, 족보까지 타버린 상황이었다.
15년 전 서울서 퇴직 후 연고 없이 안동으로 귀농한 김순호(73·길안면 현하1리)씨 부부의 작은 벽돌집도 화마를 피해 가지 못했다. 모텔서 생활 중인 김씨 부부는 이날 길안중학교 강당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다 타버린 사과밭으로 향했다.
김씨는 “마냥 정부만 믿고 기다릴 수는 없어서 우선 자비로 집 공사를 시작했다”며 “전소 피해자 보상 기준을 면적으로만 잡아서 규모가 큰 오래된 패널 집과 비교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비록 작은 집이었지만 1년에 재산세를 18만원가량 냈다”며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이 혜택을 더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뒤죽박죽 보상 체계”라고 지적했다.
이달 중 임시 거처에서 임시 주택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그마저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청송군처럼 철거한 집터에 임시 주택을 세우는 게 아닌 마을 한 장소에 한데 모으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금 할머니는 “내 나이가 여든인데 어떻게 집을 새로 짓겠느냐”며 “임시 주택 거주 기간이 끝나면 그 컨테이너(임시 주택)를 사야 하는데 그때 또다시 이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금 바로 내 땅에 임시 주택을 세워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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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은 바로 옆 동네 임하면에서도 이어졌다. 임하면 복지센터에는 어르신 33명이 대피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의 이재민들은 임시 거처 맨바닥에 비닐과 이불을 깔고 생활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밥차가 오는 길안중학교 대피소와 달리 이곳에서는 매 끼니를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복지센터 주변에는 ‘생색내기 전시행정 집어치우고 실질적 피해 대책 수립하라’, ‘한 끼 밥보다 3월 25일 이전으로의 일상 회복을 요구한다’는 주민 플래카드가 걸렸다.
한편 경북 산불로 대피했던 5350명 중 대피를 이어가는 이재민은 640세대 980명이다. 이들은 길안중학교, 마을 경로당 42곳, 마을회관과 교회 6곳, 이동주택 13곳 등에서 대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안동시가 마련할 계획인 임시 주거시설은 이동주택, 공공임대, 모듈러(조립식 주택) 등 총 1048개 동이다. 지난 7일 기준 임시 주거 시설 213개 동에 이재민들이 입주를 마쳐 입주율 20.3%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