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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가장 먼저 마주한 변화는 포장재 교체가 아니라 ‘증빙 요구’다. 복수의 식품사가 이미 EU 현지 거래선이나 유통사, 수입업체로부터 포장재 관련 적합성 선언서(DoC) 또는 관련 자료 제출 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CJ제일제당은 일부 EU 거래선으로부터 규제 준수 여부 확인 문서 제출 요청을 받았고, 풀무원은 유럽 고객사 GO Asia의 요청에 따라 포장재 자료를 준비했다. 동원그룹과 대상도 EU 현지 수입업체나 유통사로부터 DoC 제출 요청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PPWR 대응은 단순히 친환경 포장재로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수출 제품별로 어떤 포장재를 썼는지, 그 포장재에 어떤 물질이 포함됐는지, 유해물질 기준을 충족하는지, 재활용성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지를 모두 문서로 입증해야 한다. 포장재는 식품사가 직접 만드는 경우보다 외부 협력사에서 공급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식품사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포장재 제조사, 원료 공급사, OEM 업체까지 연결된 공급망 관리 문제가 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돈을 들여 포장재를 바꾸는 것보다 우리 포장재가 안전하고 규격에 맞는지를 서류로 입증하고, 이를 위해 협력사와 데이터를 맞추는 과정이 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특히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까지 포장재 원료와 화학물질 구성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 병목이 생길 수 있다. 현지 바이어가 자재명세서(BOM), 재활용성, 유해물질 자료를 요구했을 때 중소 협력업체가 이를 제때 제공하지 못하면 수출기업 전체의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시험·인증 비용과 문서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식품 접촉 포장재는 과불화화합물(PFAS)와 중금속 기준을 확인해야 해 시험성적서 확보가 필요하다. 여기에 기술문서와 적합성 선언서를 작성하고 보관해야 한다. 문제는 거래선마다 요구하는 서류 양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PPWR 대응이라도 현지 유통사, 수입업체, 바이어가 요구하는 형식이 달라지면 기업은 제품별·거래처별로 문서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규제 대응이 일회성 서류 작업이 아니라 반복적인 행정 업무로 바뀌는 셈이다.
규정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식품사들은 PPWR 적용 범위가 넓고 세부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국내 기관, 시험기관, 법무법인별 해석 차이를 살피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적용 범위가 넓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현황 파악과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국내 기관별 해석 차이도 있어 면밀히 기준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통일된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포장재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당장 8월부터 모든 포장재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PPWR은 2030년부터 포장재 재활용 가능성 기준을 본격 적용한다. EU 거래선 포장 서류 요구시험·문서·협력망 부담 커져 2030년 연포장재 전환 압박 따르면 2030년부터 모든 포장재는 단위당 재활용 가능성 70% 이상인 최소 C등급을 충족해야 시장 출시가 가능하고, 2038년부터는 80% 이상인 최소 B등급을 충족해야 한다. 여러 소재가 결합된 파우치나 필름류 같은 연포장재는 단일 소재 전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식품업계는 포장재 증빙 요구가 대기업을 넘어 중소 수출기업과 협력사로 확산될 경우 대응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럽 수출을 추진하는 기업일수록 포장재 증빙 요구를 피하기 어렵다”며 “친환경 포장은 더 이상 마케팅 요소가 아니라 수출 거래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법무법인이나 시험기관 해석에 의존해 대응하다 보니 같은 규정도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가 품목별·포장재별 대응 기준을 정리해줘야 중소 수출기업과 협력사까지 혼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서울 중구 방산시장 한 비닐 상점에 비닐 관련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7/PS2607080116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