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자산운용과 원화 초단기채 펀드를 기반으로 ‘한국판 비들(BUIDL)’ 발행을 위한 기술검증(PoC)에 착수한 플룸 네트워크의 크리스 인(Chris Yin)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한국 딜로이트 그룹과 타이거리서치가 개최한 ‘더 프론티어: 원화 기반 실물자산 토큰화의 시작과 자본시장의 기회’ 세미나에서 “토큰화는 금융의 위대한 평준화 장치(great equalizer)”라며 “모든 기업과 국가가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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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플룸은 토큰화된 원화 자산을 실제 담보로 활용하거나 원화 결제와 연계하고 글로벌 시장에 유통하려면 제도적 기반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민 플룸네트워크 한국 총괄은 “토큰증권 제도가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원화 자산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 인프라가 될 것”라고 말했다.
원화 자산이 글로벌 자본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발행 △제도 인프라 △수익·활용 △글로벌 유통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제시했다. 원화 자산의 글로벌 진출 경로로는 달러와 브라질 헤알화 기반 RWA 시장을 제안했다. 토큰화된 자산이 단순히 발행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금융상품의 준비자산이나 담보로 활용되고, 수익을 거래하는 시장과 글로벌 유통망으로 연결돼야 비로소 온체인 금융상품으로서 가치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을 들었다. 비들은 2024년 3월 출시된 이후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으로 편입되고 거래소에서 파생상품 거래 담보로 활용되는 등 약 2년에 걸쳐 활용 범위를 넓혔다. 온체인 탈중앙화거래소와 연계되면서 토큰 자체를 다른 디지털자산으로 교환할 수 있는 유통 구조도 형성됐다.
브라질 헤알화 기반 자산은 이보다 빠른 속도로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브라질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은 환율 위험을 차액결제선물환(NDF)으로 헤지해 달러 기준 수익 구조를 만들었고 이후 대출 프로토콜에서 담보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수익률 거래 플랫폼과 가상자산거래소까지 유통 채널이 확대되면서 약 1년 만에 발행에서 글로벌 유통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플룸은 전통금융의 규제·보안과 탈중앙화금융(DeFi)의 개방성을 결합한 ‘오픈 파이낸스’를 사업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회사가 자산을 규제에 맞게 토큰화한 뒤 거래소와 네오뱅크, 디파이 프로토콜 등 다양한 온체인 채널에 유통하는 방식이다. 플룸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 명의개서대리인(Transfer Agent) 지위를 확보했으며 버뮤다 금융당국의 디지털자산 라이선스도 보유하고 있다. 아부다비 글로벌마켓(ADGM)에서도 상업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플룸은 컴플라이언스를 사후 절차가 아닌 토큰과 법인 구조에 내재화했다. 토큰 단계에서 지갑별 고객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검증을 거치고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된 주소 간에만 이전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투자자 유형에 따라 접근을 제한하고 규제당국의 명령에 따른 동결·회수, 거래기록 추출도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자산은 법적으로도 분리한다. 버뮤다의 분리계정 구조를 활용해 국채·머니마켓펀드(MMF), 크레딧, 구조화상품 등의 볼트를 각각 별도 계정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한 계정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다른 자산으로 전이되지 않는 도산절연 구조다.
김 총괄은 “토큰화의 진짜 가치는 첫 번째 발행 단계보다 인프라와 유통에서 더 많이 나온다”며 “제도적 여건이 마련될 경우 원화 RWA 역시 여러 블록체인으로 확장하거나 탈중앙화금융(DeFi) 담보, 수익률 거래 상품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와 헤알 기반 자산이 이미 길을 닦아놓은 만큼 제도가 도입되는 순간 원화 자산은 더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