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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일본 정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 따르면 건강 악화를 이유로 중도 사임하는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3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퇴임 인사를 나눴다. 지난 5월8일 이후 근 4개월 만에 이뤄진 통화로,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성사됐다. 아베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한 스가 장관도 양 정상의 전화통화 자리에 배석했으나 스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따로 대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로 임기 중 사임하게 됐다고 언급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치켜세우며 “섭섭하다”는 뜻을 전했다.
아베 총리는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한 트럼프 대통령과 수많은 왕래 및 전화 접촉을 통해 양국 간 협력이 깊어졌고, 양국 관계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고해졌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자신의 뒤를 이을 새 총리도 미·일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양 정상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와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을 재차 확인한 데 이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을 진행하는 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전화통화 후 트위터에 “방금 내 친구,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멋진 대화를 했다”고 알린 뒤, “신조는 미국과 관계가 역대 최고였던, 일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총리로 곧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썼다.
양 정상은 그간 서로를 ‘도널드’ ‘아베’ 등 이름을 부르며 브로맨스(Bromance·남자들 간의 진한 우정)를 과시해왔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4번의 대면 정상회담과 37번의 전화통화는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대면 회담 땐 5차례나 골프를 함께 즐기기도 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달리 아베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땐 상당한 피로감을 느꼈다고 한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전날(30일) 후지TV 인터뷰에서 “언젠가 아베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궁합이 잘 맞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니. 나도 (트럼프 대통령 상대하기가) 피곤하지’라고 솔직하게 말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