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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납치·감금 피해 급증에도 …외교부, 여행경보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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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I 2026.11.05 1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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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피해신고 741명…대학생 고문 사망에도 대응 지연
외교부·대사관, 발령요건 판단 오류·부처 간 협의로 시간만 허비
감사원 "외교부 관계자 3명 징계 요구…대사관 직원 1명 인사자료 통보"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나 납치·감금 범죄가 급증했지만 외교부와 현지 대사관이 여행경보 상향을 미루는 등 안일하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범죄 피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여행경보 발령 요건을 잘못 판단하거나 부서 간 협의를 한다고 시간을 허비했고, 범정부 대응을 위한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가동도 검토하지 않았다.

캄보디아 납치·감금 피해 급증에도 …외교부, 여행경보 '뒷북'
5일 감사원은 ‘재외공관 재외국민 보호 등 운영실태’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교부와 주캄보디아대사관은 2023년부터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취업사기와 감금·납치·폭행 등의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2025년 9월까지 여행경보 1단계를 유지했다. 당시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취업사기·감금 피해신고는 2023년 17명을 기록했고 2024년 220명, 2025년 504명으로 급증했다. 3년간 피해신고 인원만 741명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현지 범죄단지에 감금된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 끝에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외교부와 대사관은 피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여행경보 상향을 미뤘다. 주캄보디아대사관은 2024년 4월 특별여행주의보 발령을 건의했지만 외교부 본부는 취업사기 피해가 상시적 위험이라는 이유로 발령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같은 해 7월에는 대사관이 여행경보 상향 필요성을 재차 전달했지만 정해진 조정 양식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9월에 또 대사관은 프놈펜 등 4개 지역의 여행경보 상향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캄보디아 정부에 대한 사전설명이 걸림돌이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교부는 관련 규정에도 없는 주재국 사전설명을 요구했고, 대사관은 아세안 정상회의와 국정감사 등을 이유로 이를 연기했다. 결국 여행경보 상향은 무산됐다.

2025년 4월에도 외교부 내부에서 여행경보 상향이 추진됐지만 관련 부서가 캄보디아 전역, 특히 수도 프놈펜에 대한 경보 상향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다시 중단됐다. 담당 부서가 이를 여행경보 상향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정부가 여행경보를 상향한 것은 2025년 9월이 되서야였다. 캄보디아에서 취업사기 범죄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지 약 2년이 지난 뒤이자 한국인 대학생 사망 사건이 알려진 이후였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2024년 9월 페루, 2025년 3월 필리핀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됐을 당시에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등을 가동했다. 반면 캄보디아에서는 피해가 지속됐는데도 취업사기는 국가위기나 해외위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대책본부 가동을 위한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같은 책임을 물어 당시 외교부 본부 국장과 과장 등 3명에 대해 경징계를 요구했다. 여행경보 상향을 적극 건의하지 않은 주캄보디아대사관 관계자 1명에 대해서는 향후 재취업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한편 이번 감사에서는 캄보디아 사례뿐 아니라 재외국민 보호체계 전반의 문제점도 확인됐다. 감사원이 2023년부터 2025년 10월까지 재외공관 건의에 따라 여행경보를 수시 조정한 54건을 분석한 결과, 경보 조정에 15일 이상 걸린 사례가 16건에 달했다. 이 중 9건은 30일 이상 소요됐다.

재외공관과 영사안전콜센터 간 업무 분담도 미흡했다. 같은 기간 접수된 재외국민 사건사고 신고 15만7859건 가운데 34.5%인 5만4474건이 재외공관에 직접 접수됐다. 이 가운데 약 60%는 분실이나 출입국 문의 등 콜센터에서 정보 안내나 통역서비스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경미한 사안이었다.

긴급상황에서 연락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경우도 확인됐다. 라오스에서는 영사안전콜센터가 취업사기 관련 신고를 받고 현지 대사관에 연락했지만 약 2시간이 지나서야 통화에 성공했다. 두바이총영사관은 콜센터의 연락이 연결되지 않아 회선 점검을 요청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사조력 범위에 대한 안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과 일본은 사건 유형별로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영사조력과 지원이 불가능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외교부는 원론적인 내용만 제시하고 있어 불필요한 민원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여행경보 조정 과정의 협의 절차와 기한 등을 지침으로 마련하고 영사안전콜센터와 재외공관 간 신고·접수 체계를 개선하도록 통보했다. 영사조력 가능 범위도 구체적인 사례와 체크리스트 등을 활용해 국민에게 명확히 안내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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