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BOT 선물 가격 열흘새 4.2%↑
폭염 길어지면 밀 가격도 오를 듯
과수원·닭 등 전방위 피해 확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을 덮친 기록적 폭염이 농작물을 초토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최대 곡창인 프랑스에서 옥수수의 3분의 1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제 곡물 값도 들썩이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7/PS26070601226.jpg) |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선물 가격은 부셸당 4.48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9% 상승했다. 지난달 29일 부셸당 4.30달러와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약 4.2% 오른 것이다.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로 지난주 후반 휴장했다가 이날 재개장하자마자 가격이 뛰었다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프랑스 파리 유로넥스트 시장의 옥수수 선물 가격도 지난달 중순 이후 10% 넘게 치솟았다.
이는 지난달 말 서유럽을 강타한 폭염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당시 프랑스 농업부는 폭염으로 자국 옥수수 생산량이 최대 30%, 즉 3분의 1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잠정 집계했다. 프랑스는 EU 최대 옥수수 생산국이어서, 이 정도 감산이 현실화하면 국제 곡물 수급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 옥수수는 고온에 특히 취약하다. 봄에 파종하고 지금은 꽃이 피는 시기다. 하지만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꽃가루가 죽어 알곡이 제대로 맺히지 못한다. 곡물 분석기관 아거스미디어의 아르튀르 포르티에 선임컨설턴트는 “봄에 심은 옥수수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앞으로 열흘간 비 예보가 없고 폭염이 다시 온다는 점에서 지금 가장 주시해야 할 작물이다”고 말했다.
피해는 옥수수에 그치지 않는다. 당근 생산의 약 절반, 맥주 원료인 홉의 60%가 타들어 갔고, 과수원도 광범위한 피해를 봤으며 가금류 수십만 마리가 폐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한 축산농가는 폭염에 기르던 닭 절반가량을 폐사로 잃었고, 젖소를 키우는 다른 농가는 하루 산유량이 4~5ℓ 줄었다. 밀 농가에서는 수확량이 채산성의 절반에 그쳤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일부 지역은 한낮 수확을 금지해, 농민들이 새벽과 밤에만 콤바인을 돌리고 곡물 창고도 밤새 문을 여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바싹 마른 밭에서 수확기가 자칫 불씨를 낼 수 있어서다.
 | | (사진=AFP) |
|
이번 폭염이 이례적으로 이른 시기에 닥친 만큼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옥수수처럼 한창 자라는 생육기에 극한 더위가 겹치면 수확량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랑스농업진흥청(FranceAgriMer)은 지난 3일 폭염 때문에 작황이 예상보다 더 악화했다고 경고했다.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곡물시장 전반도 예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은 옥수수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지만, 폭염이 이어지면 다른 곡물로 불안이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퓨처스인터내셔널의 조 데이비스 원자재영업이사는 “폭염이 수확량을 더 끌어내리면 옥수수는 물론 밀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수입 수요가 미국과 남미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폭염은 유럽 관측 사상 최악으로 꼽힌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23일 남서부 피소의 기온이 44.3도까지 치솟아 194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날을 기록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폭염으로 10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가뭄과 물 부족도 심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최대 농경지대를 적시는 포(Po) 강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아져 농업과 어업이 위협받고 있다. 외신들은 “지중해 최대 올리브 산지인 스페인·이탈리아 등지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겹치며 올가을 올리브 작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한편 겨울 곡물인 밀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득을 본 작물도 있다. 포도는 폭염으로 익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프랑스에서 수확 시기가 예년보다 3주가량 앞당겨질 전망이다. 포도 수확이 빨라지면 출하 시기를 앞당겨 높은 가격을 선점할 수 있고, 태풍이나 장마 등 자연재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