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즉석밥 1개 수준…한국인 '쌀' 안 먹는다

강신우 기자I 2025.01.23 18:48:56

통계청 ‘2024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
1인당 연간 소비량 55.8kg, 전년比 1.1%↓
1994년 소비량인 ‘108.3kg’의 절반 수준
표본 수·외식량 조사 한계…“개선 노력”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지난해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구식 식단과 배달문화·즉석밥 확산으로 집에서 솥밥을 먹는 이들이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일명 ‘K-푸드’ 확산으로 떡이나 즉석밥·곡물가공품 등 제조업 부문에서의 쌀 소비량은 큰 폭 증가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솥밥 소비 ‘역대최저’ 즉석밥은 전년比 25%↑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1인당 연간 쌀(멥쌀·찹쌀) 소비량(가구부문·1400가구)은 55.8kg으로 전년대비 1.1%(0.6kg) 감소했다. 이는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이며 1994년 소비량(108.3kg)의 절반 수준이다.

1인당 하루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152.9g이다. 전년대비 1.7g 줄었다. 쌀을 밥으로 지었을 때 수분량을 포함해 두 배 정도 불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즉석밥(300g 기준) 1개의 양만큼만 먹는 셈이다. 연도별로는 1964년 329.3g이던 쌀 소비량은 2010년 199.6g으로 200g 아래로 떨어졌고 2020년 들어서는 150g대로 진입해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솥밥용 쌀 소비량은 줄어든 반면 제조업(식료품 및 음료) 부문의 쌀 소비량은 늘었다. 작년 기준 87만 3363톤(t)으로 전년대비 6.9% 증가했다. 식료품 제조업 쌀 소비량은 58만 4612t으로 전년 대비 4.8%(2만 6548t), 음료제조업은 28만 8751t으로 11.5%(2만 9694t) 각각 증가했다.

쌀 소비량이 많은 업종(구성비)은 주정 제조업(26.2%), 떡류 제조업(22.9%),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18.6%), 기타 곡물가공품 제조업(10.0%) 순이다. 작년 쌀 소비량이 전년 대비 증가한 업종은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 제조업(25.0%), 주정 제조업(16.0%), 도시락류 제조업(9.8%), 기타 곡물가공품 제조업(8.5%) 순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097950)의 즉석밥인 ‘햇반’의 연간 매출액을 보면 2021년 6880억원, 2022년 8152억원, 2023년 850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K푸드 수출 영향 등으로 즉석밥, 냉동 볶음밥 등 쌀을 원재료로 한 가공 처리된 식품이 많이 팔리면서 관련 쌀 소비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쌀 이외의 기타 양곡인 보리쌀·밀가루·잡곡류(좁쌀·메밀·율무 등)·두류(콩·팝·땅콩 등)·서류 등의 연간 소비량은 8.6kg으로 전년대비 4.9kg 증가했다. 쌀을 포함한 전체 양곡소비량 중에서 기타 양곡 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3.3%로 전년대비 0.7%p(포인트) 늘었다.

◇표본 수 등 조사 한계 뚜렷…“개선 노력 지속”

이번 조사에서 가구부문은 쌀 등 양곡을 직접 구매해 각 가정에서 조리·소비한 양이다. 따라서 식품업체가 제조한 즉석밥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외국인가구, 군대·기숙사 등 집단가구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외식은 포함된다.

이 때문에 보다 객관적인 양곡소비량 조사를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소비량조사 진단과 과제’ 보고서에서 양곡소비량 조사는 양곡 수급 계획, 식량 생산 목표 설정 등 농업정책 수립 때 핵심 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조사 체계와 설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표본 수가 적다. 양곡소비량 조사의 표본은 1400가구(농가 500가구·비농가 900가구)로 가계동향조사(7200가구)와 가계금융복지조사(2만가구)와 비교해도 적은 편이다. 또한 외국인 등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이들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2022년 기준 외국인 수는 전체 가구의 2.6%(59만 2000가구)에 달한다.

아울러 외식할 때의 쌀 소비량이 가정에서 식사할 때의 양과 같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정확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정에서의 쌀 소비량과 외식 소비량 간의 오차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시험조사 등을 통해 꾸준하게 개선하고 있다”며 “다만 가구 조사 시 표본은 양곡소비량 조사만 단독으로 집계하는 것이 아닌 가계동향 등 매월 하는 조사와 연계하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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