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헤지펀드 ICM글로벌자산운용 매니저이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제2대 회장을 지낸 김규식 변호사는 최근 자산운용사 등의 업계 반발로 국회 본회의 상정이 전격 보류된 의무공개매수 안에 대해 “최악의 악법이 될 뻔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사회 책임 강화와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일관되게 주창해 온 기업 거버넌스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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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법안은 이달 초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뒀다가 자산운용사 등의 업계 반발로 보류됐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여야 합의안은 ‘50%+1주 의무 매수’를 규정했지만, 대주주 지분의 선행매수를 허용해 오히려 주주 차별을 합법화한다는 비판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100% 전량 매수”
김 변호사는 “선행매수가 허용되면 25~50% 구간에서도 제도를 회피할 수 있다”며 “지배주주 지분 35%를 선행매수한 뒤 기관투자자로부터 장외에서 15%+1주만 사들이면 공개매수를 건너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방식은 주주 보호가 아닌 합법적 주주 수탈의 면죄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선행매수를 허용할 경우 기존안에서 정한 ’50%+1주‘가 아닌 ’100% 의무 공개매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실제로 영국이나 유럽연합(EU), 홍콩, 싱가포르 등은 경영권 취득 시 잔여 주식 전량에 대해 매수 제안을 의무화하고 있다.
만약 인수 비용 등을 고려해 일본·홍콩·대만처럼 부분 공개매수를 허용한다면, 선행매수를 금지하고 주주 전체에 균등하게 매도 기회를 주는 ‘안분비례’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100% 전량 매수가 최선이지만, 백번 양보해 부분 공개매수를 택한다면 운용업계가 요구한 ‘비례적 공개매수’가 유일한 타협점”이라며 “대주주가 경영권 매각 후 소수주주로 남게 된다면, 그 이후로도 회사 성장과 주주환원에 지속적으로관여해 주주 전체 이익 제고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00% 의무공개매수시 비용 부담에 따른 M&A 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식 ‘자산담보형 LBO(차입매수)’ 허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LBO는 M&A 거래에서 취득할 회사의 자산을 직간접적인 형태의 담보로 제공해서 회사 매수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뜻한다.
그는 “자산담보형 LBO는 1인 회사 법리에 기초해서 원칙적으로 배임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주식을 100% 인수하면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이 동일해지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고, 남는 문제는 채권자 보호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EU처럼 이사회에 지급능력 확인 의무를 지우고, 합병 시 채권자 이의절차를 준용해 이의를 제기한 채권자에게 변제나 담보를 제공하는 ‘채권자 보호 절차’를 도입하면 자산담보형 LBO 허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형 베어허그, ‘주가 누르기’ 막을 시장 규율
김 변호사는 최근 당정에서 논의 중인 ‘한국형 베어허그법’은 주가 방치 기업을 겨냥한 핵심 거버넌스 장치로 평가했다. 베어허그법은 상장사가 외부로부터 공개매수나 인수합병(M&A) 제안을 받았을 때, 이사회가 해당 제안을 검토하고 수용이나 거절 등의 입장을 일반주주에게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 제도다.
그는 “만약 제안 가격과 조건이 시장에 공개되면 일반주주에게 회사의 적정가치를 판단할 기준점이 생기고, 이사회가 이를 거절하려면 왜 회사의 독자 생존가치가 더 높은지, 그 가치를 설명해야 한다”며 “결국 이 제도는 M&A 성사 자체보다도 이사회가 주가 관리와 자본배분 책임을 외면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장규율 장치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포이즌필 (Poison Pill·신주인수선택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베어허그가 도입되면, 투기 세력의 ‘떠보기식 제안’이나 주가 흔들기용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의도적인 견강부회”라고 일축했다.
그는 “베어허그는 본질적으로 구체적 가격과 인수자금 증빙을 갖춘 ‘진지한 인수제안’을 전제로 하는 제도”라며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 가격과 인수자금 조달 증빙을 갖춘 ‘진지한 제안(Bona fide offer)’에 한해 공시하도록 규정하면 허위 제안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이즌필은 헐값에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부터 ‘전체 주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발동되는 장치이지 대주주 개인의 자리를 지키는 방어 수단이 아니다”며 “만약 특정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쓰인다면, 그 자체로 이해충돌이자 배임이 되어 발동이 차단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시총 미달 기업, 상폐 유예…“경직된 잣대 보완해야”
이달 초 서울남부지법이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거래소의 시총 미달 상장폐지 절차가 잠정 유예된 사태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제도적 정교함을 당부했다.
김 변호사는 “퇴출은 투자자의 재산권에 직결되므로 절차적 공정성이 생명”이라며 “‘45거래일 연속 시총 유지’ 같은 경직된 잣대는 시장 전체의 유동성 변동에 휘둘릴 수 있으므로 일정 기간 평균 시총과 매출, 영업현금흐름 등 실질 지표를 함께 보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상장폐지 절차가 소송으로 표류하는 동안 한계기업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남발하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시간 벌기식 연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와 상폐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 등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좀비기업의 퇴출은 시장 자정을 위해 불가피하다”면서도“다만 사업과 재무가 건전한데도 대주주의 주가 누르기나 방치로 시총이 미달된 우량기업은 이사회의 책임을 물어 정상화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밸류업 정책, “주주권리 보호 소송제도 확충돼야”
김 변호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밸류업 정책 가운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넓히는 상법 개정을 가장 의미 있는 진전으로 꼽았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사법(소송)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김 변호사는 “충실의무가 작동하려면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입증책임 전환, 징벌적 손해배상, 증권집단소송, 소송펀드와 같은 강력한 주주권리 보호 소송제도가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상법을 개정해도 충실의무는 ’종이호랑이‘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글로벌 장기 투자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화려한 정책 발표가 아니라, 이사회가 주주 전체를 위해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어기면 실제로 처벌받는다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라며 “공정한 절차와 투명한 정보, 전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보장될 때 한국 증시도 구조적 리레이팅을 이뤄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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