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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따르면 곽 씨는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한 건물 지하 1층에서 아내 이모(48) 씨와 다퉜다. 이들은 덕트와 에어컨 등을 설치하는 공조시스템 업체를 함께 운영 중이었는데, 남편 곽 씨가 지인들과 금융권에서 빌린 채무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술에 취한 상태였던 곽 씨는 사무실에 있는 난로를 양손으로 밀어 넘어뜨렸고, 난로 안의 등유가 바닥에 쏟아졌다. 곽 씨는 사무실에 있는 종이와 쇼핑백 등을 쏟아진 등유 위에 마구잡이로 흩뿌렸다. 토치에 부탄가스를 연결해 불을 붙인 곽 씨는 이를 종이와 등유가 뒤섞인 자리에 던졌다.
불길은 삽시간에 사무실을 집어 삼키고 건물 윗층으로 번졌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과 경찰 등은 인력 85명과 차량 25대를 투입해 새벽 1시 2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미처 탈출하지 못한 아내 이 씨는 이 화재로 전신화상을 입었다. 곽 씨도 양팔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당시 건물에는 입주민 13명이 있었으나 소방 당국에 의해 구조되거나 자력으로 대피해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이 씨는 화재 발생 2달 뒤인 지난 1월 26일 끝내 사망했다.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곽 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 1심에 참여해 평결을 거친 뒤 유무죄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제도다. 배심원단 의견은 법관의 최종 판결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효력만 갖는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곽 씨와 변호인은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방화를 저지를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결여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만장일치로 곽 씨의 혐의를 유죄로 평결했다. 재판부도 범행 경위와 범행 전후 곽 씨의 행동 등을 종합했을 때, 범행 당시 곽 씨의 상태가 형법에서 정의하는 심신장애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방화라는 수단을 선택해 건물에 불을 놓았고, 작지 않은 규모의 재산상 피해를 발생시킴은 물론, 배우자인 피해자를 사망케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과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무거운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곽 씨의 가정폭력 전력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씨와 부부싸움을 하다 우발적으로 주변 물건을 부순 곽 씨는 가정폭력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다만 곽 씨는 해당 가정폭력 교육프로그램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곽 씨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 점 △곽 씨와 피해자 사이 미성년자 자녀 3명이 있고, 이들이 곽 씨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곽 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