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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함께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소추안 공개제안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권순일 대법관 등 6명의 법관에 대한 탄핵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형사 유무죄를 떠나 (관여 법관의)헌법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중 하나가 탄핵”이라고 설명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사법농단에) 깊숙이 관련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과 시민단체가 탄핵을 제안한 것은 사건관여 법관에 대한 처벌과 법원 복귀를 막기 위해서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은 법관에 대한 최대 징계는 정직에 불과하다. 최장 1년 정직 후 법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탄핵을 당한 경우는 금고 이상을 형을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파면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법원으로 돌아올 수 없다. 또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았어도 탄핵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특별재판부에는 찬성했던 바른미래당도 판사탄핵에는 ‘시기상조’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당이 반대할 경우 표결에 부쳐도 과반수의 찬성표 획득을 장담할 수 없다.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사례도 없다. 국회는 1985년 제2차 사법파동을 초래한 故(고) 유태흥 전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으나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95표, 반대 146표, 기권 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2009년에는 촛불집회 사건 재판에 압력을 넣은 신영철 전 대법관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됐으나 당시 한나라당(현 한국당)의 반대로 표결시한을 넘기면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법원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실제 판사에 대한 탄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당이 판사탄핵을 꺼내든 것은 한국당의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진 특별재판부에 대한 추진동력을 재점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탄핵이슈를 통해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특별재판부 설치를 홀로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을 압박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탄핵소추안 발의는 국회의원 3분의1 이상의 발의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민주당(130석)만으로도 충분히 실행할 수 있다.
여당이 추후 야당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옵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야권이 추진하는 채용비리 국정조사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경우 판사탄핵을 반격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