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일단 경영권 지켰지만…‘상호주·유한회사’ 법정 분쟁 불가피(종합)

김성진 기자I 2025.01.23 20:24:48

고려아연, 영풍 의결권 제한한 채 주총 진행
집중투표제 안건 76.4% 찬성률로 가결
MBK 연합 “의결권 제한 위법…법적 책임 물을 것”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측의 보유 의결권을 제한하며 이번 임시 주주총회는 최윤범 회장 측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상호출자 및 유한회사 여부 등 양측이 법적 해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앞으로 험난한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MBK 연합은 이번 주총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곧바로 추가 주총 개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23일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의 의결권을 제한한 상태로 주총 안건을 상정하고 처리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주총 개최와 동시에 “영풍이 보유한 지분 25%의 의결권을 제한한다”고 선언했다.

고려아연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의장을 맡아 주총을 진행하는 모습.(사진=고려아연.)
◇영풍 ‘의결권 제한’ 놓고 공방

이에 따라 초미의 관심사였던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3%룰을 적용해 76.4%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또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기존 12명 이사진 중에서 MBK측은 장형진 영풍 고문 1명으로, 사실상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과연 ‘의결권 제한’이 적합했는지를 두고 양측의 법적 공방전이 앞으로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전날(22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 10.3%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A(고려아연)의 자회사가 B(영풍)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질 경우, B 회사는 A 회사에 대한 주식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를 활용해 영풍이 기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을 무력화한 것이다.

MBK 연합은 이번 의결권 제한이 적법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MBK 연합은 “의결권 제한을 규정하는 상법은 국내기업에만 해당되는 데 SMC는 외국기업이라 상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의 자문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창현 변호사는 “상법에서는 국내서 활동하는 외국기업만 규제하는 것”이라며 “(오직) 외국회사만 의미한다고는 나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SMC의 회사 성격도 쟁점이다.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되는데 SMC는 ‘유한회사’에 해당한다는 것이 MBK 연합 측 반격 논리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 측은 SMC는 유한회사가 아니며, 주식을 발행한 주식회사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전날 고려아연은 SMC의 법적 성격을 ‘유한회사’라고 기재했다가 이날 영문명으로 변경해 정정 공시를 냈다.

◇MBK “법적 책임 물을 것”

MBK 연합은 영풍이 보유한 지분 25%의 의결권을 제한한 채 이뤄진 이번 주총에 대해 곧바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의사를 표했다. MBK 연합 측 법률 대리인은 “의결권 제한은 무리한 해석”이라며 “법원에서 명확하게 판단을 받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MBK 연합은 이날 주총이 끝난 뒤 곧바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예정보다 주총이 길어지며 23일 오전에 별도로 화상 간담회를 진행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MBK 연합은 이번 주총 부존재 확인의 소 등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기 주총 혹은 다음 임시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양측은 치열한 법정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주총은 예정보다 약 5시간 늦은 1시 52분에 개회를 알렸지만 ‘주주 의결권’ 중복 위임장의 주주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길어져 개회가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MBK 연합 측은 고려아연이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시간을 끌면서 주식이 늘어나길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고려아연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던 현대자동차(지분 5%)는 이번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측은 엑셀 파일 오류가 발생해 수기로 참석주주 수를 집계하느라 늦어졌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24일 오후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영풍 지분 의결권 제한을 비롯해 MBK 영풍 측이 제기하는 지적들을 반박하고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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