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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가 삼킨 '전자산업의 쌀'... MLCC 공급난에 가격 인상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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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잉크 기자I 2026.06.16 17:57:57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격화되면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AI 서버 한 대가 빨아들이는 부품 수가 기존 서버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우려가 동시에 커지는 모양새다.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JP모간은 삼성전기의 내년 MLCC 매출이 10조 66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매출 5조 198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이 정도의 매출 증가가 가능하려면 결국 평균판매가격 상승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CPU와 GPU 등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핵심 부품으로, 최신 스마트폰 한 대에만 1000개 이상이 들어간다. 변수는 AI 서버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전력 소비량이 훨씬 많아 부품 수요 자체가 다른데, 한 대당 보통 2만 8000개의 MLCC가 탑재돼 기존 서버 사용량의 10~15배에 달한다. GPU 주변의 한정된 공간에 부품을 채워야 하는 만큼 작으면서도 고용량인 제품이 필요한데, 이런 고부가 제품은 범용 MLCC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

AI 서버의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전력 밀도가 높아지면서 고부가 MLCC 수요는 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JP모간은 AI 서버용 MLCC 판매량이 올해와 2027년 각각 전년 대비 2.4배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기는 고성능 제품군을 확대하며 이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로, 산업용 MLCC 매출도 2025년 9500억원에서 2027년 2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공급이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삼성전기는 범용 MLCC 생산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제품 위주로 전환하고 있지만 생산라인이 이미 100%에 가까운 가동률로 돌아가고 있어 추가로 짜낼 여력이 없다. 필리핀 공장 증설을 결정했지만 실제 양산까지는 2년가량 걸릴 전망이어서, 당분간은 공급자가 주도권을 쥐는 시장 구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주요 MLCC 공급사들의 가동률이 꾸준히 상승했고, 업계 전체의 수주잔고 대비 매출(BB) 비율도 3월 0.89에서 4월 0.92로 개선됐다. 무라타와 삼성전기, 다이요유덴 등 선도 업체들은 이 비율을 줄곧 1 이상으로 유지하며 판매자 우위를 굳히고 있다. 공급난은 리드타임에서도 드러난다. 일부 하이엔드 제품의 리드타임은 8주에서 24주로 세 배가량 늘어났다.

가격 인상 움직임도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다이요유덴은 중국 유통사를 대상으로 저·중용량 소비자용 MLCC와 일부 차량용 제품 가격을 6~13% 올렸고, 야게오와 왈신테크놀로지도 수익성이 떨어진 일부 품목에 대해 개별 협의 방식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한 증권가 보고서는 삼성전기가 개별 제품의 단가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2~3분기 성수기에 접어들어 라인이 실질적 풀가동 상태가 되면 서버 탑재용 스펙을 중심으로 단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기가 최대 10%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골드만삭스는 이런 흐름을 반영해 올해 MLCC 가격 전망을 ‘보합’에서 0~5% 상승으로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1위 업체 무라타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무라타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을 처음으로 별도 공개하며 올해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8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고, 공급 부족에 대응해 향후 2년간 약 800억원을 투자해 생산량을 연평균 20%씩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동시에 내부적으로 제품 단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점유율 1위 업체의 가격 정책 변화는 후발 업체들의 연쇄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MLCC 못지않게 뜨거운 곳이 반도체 기판 시장이다. 삼성전기는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FC-BGA 주문량이 이미 생산능력을 넘어선 상태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올 초 CES 2026 현장에서 하반기부터 FC-BGA 생산라인을 풀가동할 예정이라며 증설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후 삼성전기는 베트남 법인에 12억달러를 투자해 생산능력 확충에 나섰다. 장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현재 감당 가능한 생산 캐파보다 고객 요구가 50% 이상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구글, 아마존, 브로드컴, 테슬라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올해 물량은 일찌감치 완판됐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용 수요까지 더해지면 공급 부족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도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베트남 반도체 기판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으며, 반도체 기판이 포함된 패키지솔루션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3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에서는 범용 MLCC 공급 부족으로 중국과 대만 업체들도 이미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으며,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커질수록 MLCC 수요는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는 원가 상승분 정도만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고부가 MLCC도 올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인상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마켓잉크 김건우 기자>

본 콘텐츠는 외부 전문기관인 마켓잉크가 작성한 시장 참고 정보로, 투자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이데일리의 논조 및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으며, 관련 문의는 마켓잉크 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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