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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도 물렸는데 집까지?”…집값 떨어지면 매입한다는 정부[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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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I 2026.11.04 15: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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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90주째 최장 상승…전월세 부담도 역대급
집 안 사려던 무주택자들까지 빚내서 ‘생존매수’
하락 땐 고점 매수자 직격탄…정부 책임 어디에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경우 공적임대주택 용도로 정부가 대량매입하는 것을 포함해 대비책은 이미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집값 급락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만 시장의 현실은 사뭇 달라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90주 연속 상승했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집값 하락 현상도 정작 서민들이 집을 구하는 시장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강남구(-0.38%)와 서초구(-0.35%), 송파구(-0.22%)는 하락했지만 성북구(0.39%), 서대문구(0.36%), 강북구(0.32%) 등 나머지 22개 구는 모두 올랐다.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부가 대비한다는 집값 하락이 설마 수십억원짜리 강남 아파트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닐 것이다. 강남 아파트값이 몇억원 떨어진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과 무슨 상관인가. 정작 서민들이 찾는 외곽 지역 집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집값 하락과 서민들이 체감하는 주거 현실 사이 거리가 그만큼 멀어 보인다.

더 뼈아픈 것은 집값뿐 아니라 전월세 부담까지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000원으로 1년 새 15.1% 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평균 월세가 100만원을 밑도는 곳은 중랑구 단 한 곳뿐이다. 집값 하락을 논하는 사이 세입자들의 주거비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집 살 생각이 없던 사람들까지 매수에 나선 배경이다. 전월세로 버티자니 보증금과 임대료가 오르고 기다리자니 집값이 더 뛸까 두렵다. 결국 모아둔 돈에 대출까지 보태 집을 사는 실수요자들이 생겨났다. 시세차익보다 당장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한 ‘생존매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비한다는 집값 급락이 현실화하면 어떨까. 최근 빚까지 내 집을 산 실수요자들은 고스란히 고점에 물리게 된다. 역대급 하락장에 주식도 고점에 물려 속이 쓰린데 살려고 산 집마저 삶을 옥죄는 족쇄가 될 판이다. 주식은 손절이라도 할 수 있지만 주택은 투자 수익보다 당장 거주를 위해 마련한 삶의 터전이라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집값 급락에 대비해 강구했다는 방안은 다름 아닌 주택을 대량매입해 공적임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들이는 집 중에는 대출 부담을 버티지 못한 누군가 눈물을 머금고 내놓은 집도 있을 수 있다. 정부에는 공적임대주택 한 가구를 확보한 성과로 기록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끝내 지키지 못한 내 집 한 채로 남을 수 있다.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투기를 잡겠다며 실수요자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집 살 생각이 없던 사람들마저 왜 빚내서 집을 사야 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집값이 오를 때도, 떨어질 때도 국민만 대가를 치른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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