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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검정 중 숨졌는데 '재시험' 문자…유족 "무례하다"

채나연 기자I 2025.01.23 21:30:06

산불진화대 체력검정시험 치르던 70대 숨져
장성군 "실수로 망자에 문자 발송…죄송하다"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지자체가 산불 전문진화대 체력 검정 도중 숨진 70대 지원자에게 재시험 공지를 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23일 후 전남 장성 옐로우시티 스타디움에서 등짐펌프를 매고 체력 검정 받는 산불진화대 지원자들.(사진=연합뉴스)
23일 장성군에 따르면 군은 전날 산불진화대 채용에 지원한 73명에게 체력 검정을 다시 한다는 안내 문자를 일괄 발송했다. 해당 문자는 지난 21일 체력 검정 과정에서 숨진 77세 남성 A씨에게도 발송됐다.

지난 21일 오전 9시53분께 장성군 장성호 수변공원 인근에서 산불진화대 체력 시험을 치르던 A씨가 심정지로 숨졌다. 당시 A씨는 15kg짜리 등짐펌프를 메고 계단 200여 개(아파트 6층 높이)를 오르는 시험을 치른 뒤 휴식 중 쓰러졌다.

장례를 치르던 와중에 재시험 안내 문자를 받아본 유가족들은 ‘무례하다’며 크게 상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군은 산불감시 일정이 당초 2월 1일에서 1월 24일로 당겨지면서 어쩔 수 없이 긴급하게 재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산불진화대는 내달 1일부터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시기를 앞당겨 이달 24일부터 운영하라는 상급 기관의 지침이 내려와 급하게 재개했다”며 “전체 응시자에게 절차 변경 안내 문자를 발송했는데 실수로 망자에게도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꼼꼼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실수했다. 유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군은 사고 이틀 뒤 시험 장소와 방식을 변경해 재시험을 치뤘다. 기존 12㎏짜리 등짐펌프를 메고 아파트 6층 높이의 계단을 오르던 방식에서 400m 구간 평지(트랙)를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기로 변경했다.

한편 산불진화대는 평소 산불요인 감시·단속업무를 병행하다가 산불이 발생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돼 진화작업에 참여한다.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되면 길도 나지 않은 산을 올라야 하는 만큼 지원자 나이 상한 등 제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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