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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뺏기고 책임만 떠안는 국내 코인거래소…미신고 해외 사업자에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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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I 2026.06.30 14:36:17

[계속되는 캄보디아發 코인 사기] <3>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로 국내 자금 유출 지속
국내 거래소, 솔루션 의존해 스스로 걸러내야 하는 구조
"수익성 바닥인데 책임만 거래소에 쏠려" 고충 토로
"당국·거래소 간 주소 공유 체계 시급" 주장 나와

[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투자 플랫폼 벡터블라스트(VectorBlast) 사례처럼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국내에서 판을 치면서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이 ‘삼중고’에 놓였다. 디지털자산 시장 침체로 가뜩이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투자자를 끌어들여 거래대금을 빼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걸러내고 자산 이전을 차단해야 할 책임은 국내 거래소에만 집중되고 있어서다.

30일 블록체인 인텔리전스 솔루션 ‘트랜사이트’ 분석 결과에 따르면 벡터블라스트는 인공지능(AI)이 대신 투자해 매일 최대 1.3%의 수익을 올려준다고 홍보하며 투자자를 모집한 가상자산 투자 플랫폼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비공개 유튜브 영상을 통해 ‘하루 5분 투자’,‘’팀원 모집‘ 등의 문구를 내세워 회원을 모았으며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한 뒤 바이비트와 같은 해외 거래소를 거쳐 백터블라스트 지갑으로 입금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의 국내 자금을 빼내갔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사진=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사진=연합뉴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신고를 마친 28개 가상자산사업자를 제외한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의 국내 영업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현행 특금법상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의 불법 사업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지만 문제는 최근 발표한 금융당국의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블랙리스트에 백터블라스트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FIU는 지난 25일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으며 발표한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블랙리스트는 모두 40개다.

사실상 국내 거래소들이 온체인 분석 솔루션에 의존해 미신고 사업자와 입출금을 차단하는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현재 FIU는 문제 발생 시 국내 거래소가 출금 경로를 제대로 차단했는지부터 들여다본다. 만약 차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의 검사와 제재를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해외 사업자로 거래대금이 빠져나가 수익성은 악화되는데 미신고 사업자를 걸러내기 위한 모니터링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데다 민간 솔루션을 사용하더라도 미신고 사업자를 완벽히 식별하기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신규 거래소와 투자 플랫폼이 계속 생겨나는 데다 기존 사업자도 지갑 주소를 수시로 바꾼다”며 “특정 지갑의 주인을 식별하는 라벨링 데이터베이스를 얼마나 최신으로 유지하느냐가 규제 준수의 관건이지만 시장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 데이터가 제때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후 적발과 개별 거래소의 자체 차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 서버를 둔 사업자는 국내 규제가 미치는 범위가 제한적인 만큼 국내 거래소만으로는 미신고 사업자의 신규 등장과 우회 경로를 모두 차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미신고 해외 사업자 명단을 공개하더라도 새 플랫폼이 이름을 바꿔 다시 등장하면 국내 거래소가 이를 실시간으로 색출해 내는 것도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벡터블라스트는 지난해 캄보디아 자금세탁 사태와 연관된 가상자산 자동투자 플랫폼 ’퀀트바인‘과 동일 조직이 운영한 정황도 포착됐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은 “현재 금융당국이 발표하는 미신고 사업자 리스트의 경우 ’어디는 안 된다‘는 식의 포괄적이고 불확실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이런 방식은 규제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거래소와 서비스는 계속 생겨나는데 이를 모두 따라잡는 것은 금융당국에도 큰 부담이고 지금은 그 부담이 개별 사업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태”라며 “그렇다고 해서 100% 차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미신고 사업자 신고 채널을 활성화하고 적발 즉시 접속 차단과 주소 차단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과 국내 거래소가 미신고 사업자 지갑 주소와 의심 거래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는 공동 대응 인프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신고 사업자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며 “결국 얼마나 빨리 식별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차단하는 체계를 갖추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신고 사업자 대응은 개별 거래소의 책임을 넘어 업계와 당국이 함께 구축해야 할 시장 인프라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 역시 “금융당국이 자체 온체인 분석 역량을 키워 미신고 사업자 목록과 관련 지갑 주소를 파악한 뒤 이를 거래소에 톱다운 방식으로 공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미신고 사업자에 대한 일괄 금지 방식보다 규제를 좀 더 느슨하게 가져가면서 실제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조달방지(CFT) 목적에 맞는 타깃형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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