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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에서 열린 ‘위자료 현실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자료 현실화는 단순히 액수를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유사한 사건에서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판단이 이뤄지도록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산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변호사협회와 김 의원실이 공동 개최했다. 좌장은 다국적 법무법인(로펌) 디엘에이 파이퍼(DLA Piper)의 이원조 한국총괄대표 변호사가 맡았다.
현재 법원 실무에서 사망 위자료는 ‘기준금액 1억원×노동능력상실률×(1-피해자 과실비율)’ 등의 방식으로 산정된다. 기준금액은 1990년 2000만원에서 1991년 3000만원, 2007년 6000만원 등으로 올라 2015년 1억원이 됐지만 이후 11년째 그대로다.
명목상 기준금액은 1990년과 비교해 5배가 됐지만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가치는 약 1.65배 오르는 데 그쳤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과 비교한 비율도 1991년 5.20배에서 현재 1.90배로 낮아졌다.
“경제학적으로 따지면 위자료 10배까지 상향 가능”
주제발표를 맡은 정의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는 해외와 비교해 국내 위자료가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테슬라 사건의 손해배상액은 3500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위자료만 약 600억원이었다”며 “반면 국내 급발진 사망사건의 위자료는 4000만원에 그쳤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통계적 생명가치(VSL)’와 ‘질보정수명(QALY)’ 등 경제학적 모델을 적용하면 적정 위자료 수준을 수치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SL은 사람들이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을 토대로 생명의 가치를 추산하는 방식이다. QALY는 장애 등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해 상해에 따른 손해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를 토대로 정 교수는 “VSL로 계산하면 현행 사망 위자료 기준액의 10배 가까운 수준까지, QALY로 계산한 상해 위자료도 4~5배 수준까지 상향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별 격차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지마비 기준 위자료를 1인당 GNI로 나눠 비교하면 한국은 일본과 2~3배, 이탈리아 등 유럽과 최대 15배, 미국과는 거의 50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재판마다 들쭉날쭉”…‘위자료 기준표’ 제안
전문가들은 위자료 액수 정상화를 위해선 객관적인 산정기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동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들이 사망했을 때 느끼는 고통과 별거한 지 10년 된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느끼는 고통을 같다고 볼 수 있느냐”며 “그 크기를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액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부터 사회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자료가 지나치게 낮으면 피해자들이 민사소송보다 형사절차에 의존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좌진 전주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저액의 위자료는 결국 법률적 구제수단에 호소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고 당사자들로 하여금 민사법원보다 형사적 구제수단에 의존하게 만드는 왜곡된 현상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위자료가 적다 보니 피해자가 민사적 구제 대신 형사 고소·고발을 택하게 되고, 이것이 법적 분쟁 해결 구조 자체를 왜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 부장판사는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재산권 보장을 꼽았다”며 “이런 법치의 왜곡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위자료 산정 근거를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부장판사는 “법관이 위자료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것은 유사한 사안에서 어느 정도 위자료가 나왔는지인데, 이를 판결문에 쓰는 게 어색하다는 이유로 자세히 설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형사사건의 양형기준과 유사한 위자료 양정기준표가 마련되면 이런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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