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철 고등부장 "파기 논거 정리는 당연"…'원세훈 무죄 예단' 주장 반박

한광범 기자I 2018.11.13 17:34:07

"파기된 2심과 다른 관점 정리하는 건 파기환송심 당연한 역할"
"''법원행정처 개입'' 전제로 한 언론보도, 사실 아냐…근거 없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공작 재판에서 미리 무죄 논리를 미리 기록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시철(53·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논거 정리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당연한 업무”라고 반박했다.

김 부장판사는 원 전 원장 댓글공작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다. 원 전 원장 댓글 사건은 2심에서 선거개입을 인정하지 않았던 1심과 달리 정치개입과 선거개입을 모두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선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선거개입의 핵심증거였던 425지논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만장일치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선 425지논 파일에 담긴 트위터 계정을 국정원 계정으로 볼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었다.

현재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파기환송심이 본격적으로 심리가 되기 이전부터 주심 판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무죄 취지의 판결문을 미리 작성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시철 “파기환송 전 2심과 다른 관점 정리, 파기환송심 당연한 업무”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13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파기환송심 재판장인 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른 통상적인 업무방식에 따라 우선 기존 증거자료와 계정 등을 파악한 다음 이를 토대로 해 추가 심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일부 언론보도는 ‘법원행정처 등 외부 인사가 해당 사건에 관한 제 업무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당연한 전제사실로 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판부 외부의 직권남용 의혹 행위가 제가 담당한 해당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친 적은 전혀 없다”며 “검찰이 수사 중인 사항에 관한 취재를 명목으로 별다른 근거 없이 잘못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부 내부 논의 과정 등의 관한 구체적 내용은 법원조직법 등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원론적인 차원에서 자신에 대한 의혹을 조목조목 해명했다.

그는 “환송된 사건의 경우 기존 증거자료를 토대로 한 유죄 판단의 근거는 항소심 판결에 이미 정리돼 있다”며 “환송판결(대법원) 취지에 따라 항소심 판결 문제점을 검토하고 그와는 다른 관점에서 기존 증거자료의 내용을 비교·파악하며 논거를 정리하고 관련 쟁점을 검토하는 것은 파기환송심의 당연한 업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아가 항소심 판결 논거 및 이와는 다른 관점의 논거 등 여러 관점을 비교·검토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관련 쟁점에 대해 심리하는 것도 통상적인 업무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원세훈 사건에 대해) 제가 추가적 증거조사를 하고 후임자가 다시 추가 조사를 더 했음에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지난 4월 판결 당시에도 ‘일부 공모관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해당 사건 재판을 진행하며 검토한 증거는 지난 4월 대법원 판결 당시 조사됐던 증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었고, 저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파악한 상태에서 후임자에게 업무를 인계했다”고 밝혔다.

◇원세훈 댓글사건, 지논파일 증거능력 쟁점…추가 증거로 유죄 확정

원 전 원장 사건은 1·2심에서 국정원 차원의 선거개입을 입증할 ‘425지논’·‘ssecurity’ 파일의 증거능력 문제로 검찰과 변호인단 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파일들은 국정원 직원이었던 김기동씨가 상부의 지시와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을 정리해 텍스트 파일로 만들어 자신의 메일함에 저장해둔 것이었다.

김씨가 재판에서 자신이 작성한 적이 없다는 위증을 해 진술에 의한 증거능력 부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1심이 이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원 전 원장에 대해 정치개입만 유죄로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들 파일이 작성자 진술 없이도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나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에 해당한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7월 만장일치로 이들 파일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부장판사가 재판장이었던 서울고법 형사7부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트위터 계정 하나하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원 전 원장 사건 심리가 이어지던 2017년 2월 법관정기인사를 통해 재판부를 떠났다. 후임으로 김대웅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보임한 가운데 검찰은 정권교체 후 조직적 선거개입을 입증할 국정원 내부 문건들을 추가로 확보해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 원 전 원장은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은 지난 4월 이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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