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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해병대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 등을 지난 2023년 7월 채해병 순직 책임자로 지목해 경찰에 넘기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국방부 관계자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1월 국방부와 해병대 관계자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휴대전화에서 해병대 고위 간부에게 ‘VIP 격노’를 언급한 통화 내용과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의 2023년 7~9월 휴대전화 통신 기록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이 수사는 12·3 비상계엄 이후 공수처가 내란 혐의 수사에 집중하면서 잠정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됐다.
공수처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이른바 ‘VIP 격노설’이 제기된 2023년 7월 31일 전후 시점의 대통령실 회의 자료와 출입 기록 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 경찰 이첩 보류와 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하기 직전에 통화한 번호의 서버 기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압수수색은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날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은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제111조를 근거로 압수수색 집행 협조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항에서는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 대해서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실이 내란 혐의와 관련해 경찰과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협조하지 않은 전례를 살펴볼 때 이날 집행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할 열쇠로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가 거론된다. 이른바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은 임 전 사단장을 구하기 위해 도이치모터스(067990)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대통령실에 로비를 했다는 게 골자다. 이 의혹을 제기한 김규현 변호사가 공개한 자료에는 임 전 대표가 “내가 VIP(대통령)에게 얘기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기도 하다.
공수처는 이미 지난달 30일 임 전 사단장을 불러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한 바 있다. 임 전 사단장은 오는 9일 한 차례 더 포렌식에 참관할 예정이다. 임 전 사단장을 통해 규명로비 의혹이 밝혀진다면, 윤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임 전 사단장은 “구명로비 의혹은 실체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