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68% "모험적 여행 최우선" 응답
한국 하이킹 투어 예약률 650% 급증
K야구 직관 프로그램 예약 69% 증가
안경 쇼핑·오컬트 투어 등 체험 인기
 | 야구 직관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사진=클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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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이 주요 관광지만 도는 ‘수동적 여행’이 아닌, 몸으로 부딪치며 체험하는 ‘체험형 여행’을 즐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문화를 피부로 느끼는 이색 투어 상품 예약률이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겟유어가이드(GetYourGuide)가 지난해 4~5월 전 세계 여행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의 68%가 올해 여행의 최우선 목표를 ‘모험적·체험형 여행’이라고 답했다. 단순 관광보다 직접 체험하고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에서 등산 여행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 여행객들 (사진=클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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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투어는 단연 ‘하이킹’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Klook)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산·포항 하이킹 투어의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50% 증가했다. 해외와 달리 한국의 산은 도심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1시간 내 접근 가능한 점이 하이킹 열풍의 이유로 풀이된다. 금정산, 황령산, 영도 해변 산책로, 포항 내연산 폭포 등 난이도별 코스를 현지 로컬 가이드와 함께 걷는 프로그램으로, 하이킹 후 전통 막걸리와 전으로 투어 프로그램이 마무리된다. 한 외국인 참가자는 “정상에서 바라본 전경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전했다.
 | 야구 직관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사진=클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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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포츠 직관’ 프로그램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예약률이 전년 하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에 69%나 뛰었다. 서울 잠실구장을 찾은 외국인들은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경기를 관람하며 한국 특유의 열정적인 응원 문화와 치어리더 공연을 경험한다. 구단 유니폼을 입고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치맥(치킨+맥주)을 즐기고, 경기 후에는 ‘삼쏘’(삼겹살+소주)까지 이어지는 일정은 그야말로 ‘한국 야구 팬의 주말’을 그대로 체험하는 셈이다. 투어 운영자는 “대학생 시절 교환학생 친구들을 야구장에 데려갔는데 너무 즐거워했던 기억에서 투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라며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야구 응원문화가 글로벌로 퍼지면서 예약 수요가 증가 중”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남긴 투어 후기에는 “야구 규칙을 잘 몰라도 노래와 분위기가 환상적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안경 맞추기 투어’도 등장했다. 한국의 고도화된 안경 제작 인프라를 활용해 하루 만에 맞춤 안경을 받는 이 투어는 안경 제작에 일주일에서 한 달 이상 소요되는 유럽, 미주권 여행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조선시대 공동묘지 터였던 동네의 귀신 이야기와 전통 무속 의례를 직접 체험하고 떡볶이도 먹는 신당동 ‘오컬트 투어’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연택 한양대학교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여행객들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려는 욕구가 커졌다”며 “사진과 영상으로 여행의 순간을 기억으로 남기고 SNS에 공유하는 ‘기억 쌓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행위가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관광업계는 이제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킬 차별화된 콘텐츠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