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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호남 민심은 매섭다. 잘하면 당근을, 못하면 채찍을 선사한다. 22대 총선 광주지역 결과를 보면 극명하다. 지역구 의원 8명 중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을 제외하면 모두 초선이었다. 현역 의원이 거의 물갈이됐다는 의미다. 민주당의 8.17 차기 전대가 한창이지만 민주당 본산인 광주전남 지역 정치인들의 지도부 도전이 없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어쩌면 광주는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의미의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고사성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지역이다.
광주와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는 대구는 정반대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 의원 12명 중 대다수는 재선 이상이었다. 6선 주호영, 4선 김상훈·윤재옥, 3선 추경호 의원이 대표적이다. 재선도 강대식·김승수·이인선·권영진 의원까지 4명이었다. 총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인적쇄신은 일장일단이 있다. 무엇보다 분명한 건 유권자의 변덕이 심할수록 정치인들은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와 관련해 유명한 언급을 남겼다. 홍준표 전 시장은 과거 본인의 페이스북에 어느 보수 논객의 발언을 인용해 “대구는 당이 시민들을 지배하고, 광주는 시민들이 당을 지배한다”고 적었다. 홍 전 시장은 “대구도 광주처럼 시민들이 당을 지배하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며 대구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광주의 정치의식은 국내 어느 지역보다 높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배경에 높은 정치참여 의식과 투표율의 영향이다. 때로는 대한민국 정치를 뒤흔들기도 한다. 이는 유권자 구성만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호남은 영남 인구의 절반 수준이다. 국회의원 숫자도 영남은 총 65석, 호남은 절반 이하인 28석에 불과하다. 그래도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역대 전국단위 선거 때마다 호남민심은 늘 주목의 대상이었다.
이는 광주 민심의 나비효과와 그 파급력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서 지역 연고에 기대기보다 본선 경쟁력이 우수한 정치인들을 ‘파격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수용했다. 60·70년대 근대화 시절 먹고살기 위해 수도권에 자리를 잡았던 수많은 호남인들도 고향의 선택을 신뢰했다. 이 때문에 광주의 선택은 역대 모든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과 판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노풍(盧風)이었다. 2002년 대선은 한국 선거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했다. 압도적인 이회창 대세론의 위력에 김대중정부의 정권재창출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광주가 변화를 만들어냈다. 과거 YS의 정치적 아들이었던 노무현을 DJ의 양자로 선택했던 것이었다. 노무현바람은 노사모들의 헌신에 전국을 뒤흔드는 태풍이 됐다. 결과는 기적의 역전승이었다.
다만 호남민심은 참여정부 기간 내내 노무현과의 불편한 동거를 이어갔다.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2012년 대선 국면은 선택의 기로였다. 호남은 박근혜 대항마로 ‘문재인 vs 안철수’를 놓고 고심했다. 친노패권주의로 비판받았던 문재인보다는 새정치의 상징이었던 안철수를 더 선호했다. 불완전한 후보단일화 이후 문재인은 호남에서 90% 안팎의 몰표를 받았지만 대선에서 패배했다.
2016년 20대 총선과 2017년 19대 대선은 호남민심의 역동성과 파괴력을 새삼 증명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안철수가 이끈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치러진 탄핵대선에서는 또다시 민주당을 선택했다. 1년 만에 벌어진 정반대의 결과는 호남민심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20대 총선은 민주당이 ‘호남을 다 잡은 물고기’로 취급한 것에 대한 초강력 경고였다. 반대로 19대 대선은 정권교체에 최고의 가치를 두면서 문재인을 선택한 것이었다. 참여정부와 달리 문재인정부 시절은 황금기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초 80% 고공 지지율을 기록할 때 호남의 지지율은 거의 100% 수준이었다.
8.17 차기 전대로 돌아가보자. 호남민심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 중이다. 김민석 전 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는 그야말로 초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찰떡호흡을 맞춰온 김 전 총리냐 아니면 내란세력 척결과 개혁 선명성을 강조해온 정 전 대표냐. 호남 민심은 8월 15일 광복절에 베일을 벗는다. 누가 승자가 되든지 간에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받은 정치인은 당권 장악과 더불어 차기 경쟁에서도 한두 걸음 앞서갈 수 있다. 호남의 최종 선택에 민주당 당원들과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