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액셀러레이터(AC)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 8년째 몸담고 있는 최원기 수석심사역에게 국내 방산 시장에 주목한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최 수석은 본래 혁신기술에 관심이 컸다. 최근에는 방산 분야에 첨단기술을 더한 스타트업이 지닌 잠재력을 눈여겨봐 관련 포트폴리오를 늘려가고 있다.
이데일리는 서울 강남구 블루포인트 사무실에서 최원기 수석을 만났다. 최 수석이 방산 분야 스페셜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이유와 업계 전망, 초기 테크 기업 전문 투자자로서 역할 등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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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리스트에서 스페셜리스트로
최 수석은 VC가 되기 전 대한민국 해군장교, 글로벌 기업 아데코 한국법인, LYNK,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 등을 거쳤다. 스타트업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VC로 전직했다. 블루포인트에서는 게임 체인저라 생각되는 분야에 투자해왔다. 최 수석이 방산 분야에 집중한 이유도 여기 있다. 그는 “특히 민간과 국방 분야에 모두 적용 가능한 ‘듀얼 유즈(dual-use)’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방은 국가주도 산업으로 민간이 들어갈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컸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스타트업이 에자일(Agile·유연하고 민첩한)하게 신기술을 들여와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AI이 탑재된 기기가 의사결정 체계를 돕거나 첨단기술이 도입된 무기 양산 체계를 돕는 식이다. 기존에는 부대 창고에 비치된 물자를 사람이 일일이 전수 조사해야 했지만, 방산 스타트업이 개발한 로봇이 도입되면 효율성이 증대된다.
그는 우리나라 판 국방 커뮤니티인 ‘랩터스(Raptors)’를 오는 4월 출범시킨다. 민첩하고 영리한 육식공룡 밸로시랩터를 의미한다. 거대한 방산 시장을 민첩하고 영리한 스타트업과 함께 혁신한다는 취지다. 미국 퓨즈(FUZE)나 유럽 방산 기술허브(EDTH)에서 영감을 받았다. 특히 퓨즈 모델을 눈여겨보고 있다. 퓨즈는 대니얼 드리스콜 미 육군 장관이 민간 AC인 와이콤비네이터와 군사 기술을 혁신하기 위해 꾸린 프로그램이다. 유망한 방산 스타트업을 뽑아 기술을 평가한다. 포커스 펀딩으로 양산 체계를 구축한다.
최근 정부는 방위산업 생태계 성장 기반을 강화한다고 나섰다. 이때 대기업과 방산 참여 스타트업 간 협력하는 문화 조성도 추진한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방산 스타트업 100개사와 벤처천억기업 30개사를 키운다. 민간 첨단기술이 무기체계에 빠르게 접목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해 민간 기술 기반의 방산 스타트업 역할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는 흐름에 발맞춰 방선 전문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기술검증(PoC)이나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실제 사례 만드는 데 자금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방산 기술이 실제 전장에서 필요한 요구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발되는 체계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생태계 빌더’가 초기 테크 투자자 역할
최 수석은 투자를 집행할 때 창업팀이 지닌 ‘비전’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팀에 투자한다는 설명이다. 민간이 진입하기 어려웠던 방산 분야처럼 막혀 있던 시장에 도전하는 팀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반드시 투자하고 싶은 기업은 철저히 공부한다. 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보여줘 마음을 끈다. 최 수석은 “초기 투자자인 만큼 자금 지원뿐 아니라 산업 길잡이 같은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창업가들이 내놓은 기술이 단순히 연구개발(R&D) 단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사업화가 돼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하는 게 초기 투자자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루포인트에 몸담은 지 8년 차를 접어드는 만큼 회사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설계하는데도 관여했다. 스타트업이 지닌 솔루션 검증을 돕는 프로그램이나, 리스크 요인을 짚어보는 킬더컴퍼니 프로그램이 그 예다. 이외에도 북클럽·러닝클럽 등을 개최하는 피어러닝이라는 포트폴리오사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에서 알게 된 팀들이 서로 필요한 후속 투자자를 소개하는 예도 생겨났다.
스타트업은 대개 적절한 팀원 물색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위해 그는 전문가 데이터베이스(DB)를 담은 ‘플레이북’을 만들었다. HR 컨설턴트로 일했던 경험을 살렸다. 각 산업 분야에 해당하는 전문가 리스트를 꾸렸다. 포트폴리오사가 도움을 요청하면 플레이북에 있는 리스트에 연락해 연결해준다.
VC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할 메시지는 명확하다. 초기 투자사에겐 액셀러레이팅도 중요하다. 액셀러레이팅은 자금 지원에 더해 HR·PR·PoC 등 다양한 지원을 동반하는 작업이다. 그는 “투자 앞단에서 기업에 도움을 주려면 ‘이것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창업팀에 녹아들어야 한다”며 “진정성을 갖고 해당 팀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초기 투자자에 적합하고 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