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방송은 19일(현지시간) 이 수용소를 찾아 우크라이나 태생 포로들을 만난 내용을 전했다. BBC는 포로들이 강압을 받고 있는지, 얼마나 솔직하게 말하는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인터뷰 거부권을 준 뒤 경비병이 없는 곳에서 카메라 없이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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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은 열 살 때 자신이 살던 동부 돈바스가 친러 세력에 넘어갔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열여덟이 되자마자 러시아군에 지원했다. 안톤은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 땅을 지키러 간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들도 함께 자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다음엔 문자가 온다. 사망, 사망, 사망”이라고 덧붙였다.
수용소 내 다른 포로들도 함께 나간 이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고, 현재는 막대한 계약금에도 빈자리를 메울 지원자가 줄고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동원령을 피해온 푸틴 대통령의 방침이 머지않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는 대목이라고 BBC는 짚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민 출신이 적군으로 붙잡히면 반역죄로 재판에 넘긴 뒤 러시아 포로들과 함께 수용한다. 키이우는 이들을 여전히 우크라이나인으로 보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우크라이나 포로조정본부의 페트로 야첸코는 “이들은 매우 친러적이고 국가 정체성이 흐릿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톤은 자신을 반역자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나는 스스로를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아무 의미가 없고 중요한 건 민족이다. 우리 가족은 모두 러시아 출신”이라며 우크라이나식 성씨는 대수롭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는 점령지에서 태어난 특정 세대가 러시아식 학교와 크렘린이 통제하는 언론 속에서 자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커뮤니티 안에서는 키이우 정부가 ‘나치’이자 정통성 없는 집단으로 그려졌다. 안톤은 푸틴 대통령을 “나의 대통령”이라 칭하며 돈바스 나머지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이 죽은 건 안타깝다. 하지만 전쟁은 전쟁”이라고 했다.
계약금도 못 받고 러 병사와 차별…강제 징집도
수용소 병원 구석 침대에 누운 아르툠은 몸에 파편이 박힌 채였다. 전장에 나간 지 두 달 만이었다. 도네츠크 출신인 그 역시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했다. 2014년 고향이 포격당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에겐 우리 나름의 원한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군 생활은 그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지휘관은 형편없었고 계약금 40만루블(약 695만원)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맞은편 침대의 러시아 병사가 다섯 배를 받은 것과 대비됐다.
BBC가 만난 우크라이나 태생 포로는 모두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등 2014년부터 러시아에 점령된 지역 출신이었고 거의 전부 자원 입대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점령지에서 5만명 넘게 강제 징집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는 훨씬 많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터뷰 대상자 중 도네츠크 출신 한 명만이 자신은 강제로 끌려왔다고 했다. 이 남성은 가족이 고향에 남은 것은 정치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그곳이 집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그의 바람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것, 그리고 다시 전선으로 보내지지 않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냥 숨어 있을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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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기를 피하려 총을 든 이들도 있다. 수용소 작업장에서 인조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던 콘스탄틴(44)은 마약을 팔다 붙잡혀 오로지 그 이유로 입대했다고 했다. 그는 “15년은 너무 길었다. 지금 마흔넷인데 나오면 예순”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죄수 출신 병사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아야 풀려난다는 점이다. 이들이 주로 배치되는 돌격부대에서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 1년만 싸우면 자유의 몸이 될 것으로 믿었던 살인범 세 명은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됐다고 전했다.
세르게이는 루한스크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소련 시절 돈바스로 옮겨온 러시아인이라고 했다. 10년 전 “조국을 지키려” 러시아군에 들어갔다는 그는 돌아가면 은퇴하겠다며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동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일을 묻자 세르게이는 “도발적인 질문”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콘스탄틴은 조심스레 “어떤 전쟁에도 좋은 건 없다”며 “우리가 우크라이나인과 같다는 건 아니지만 가깝다. 다들 저쪽에 친척이 있다. 이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BBC는 “포로들은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전체를 손에 넣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키이우의 진짜 관심사는 이들을 맞바꿔 자국 병사를 데려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러시아는 돈바스 출신을 데려가는 데 소극적이었다. 콘스탄틴은 “올해 열몇 명만 교환됐다”며 “우리를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