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기 경제라인에 활력을 불어넣고 정책 집행력을 높이기 위한 인적 쇄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온 가운데 김 실장이 주도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 세제를 둘러싼 역풍까지 거세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김 실장의 퇴장이 ‘이재명 노믹스’의 폐기를 뜻하지는 않는다. 인공지능(AI)·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적극적 재정 등 성장전략은 오히려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대신 부동산·금융 분야에서는 정책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시장과 여당의 반응을 반영해 강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언제나 국민 여론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정책의 원칙은 있지만 확정되기 전까지는 국민 의견을 반영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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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지난달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1일 이를 수리했다. 이 대통령이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을,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을 지명한 지 이틀 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이 전날까지도 국무회의 안건을 직접 챙겼던 점을 고려하면 갑작스런 사퇴였다”고 귀띔했다.
당초 김 실장이 개각 명단에서 빠지자 정책 기조는 그대로 둔 채 집행 부처에만 책임을 물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당에서도 김 실장까지 교체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관들에 이어 정책의 설계자까지 물러나면서 이번 인사는 경제라인 전체를 2기 체제로 바꾸는 전면 쇄신으로 의미가 커졌다.
김 실장의 강점은 빠른 판단과 강한 추진력이었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에서 첨단산업과 자본시장, 부동산, 재정, 대미 투자까지 경제정책 전반을 이끌었다. 현안마다 직접 전면에 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책 논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속도가 조율을 앞지르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정책실의 구상이 부처 검토와 시장 의견 수렴을 건너뛴 채 정책으로 직행한다는 비판이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대표적이다. 김 실장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품 도입을 밀었지만 출시 이후 증시 변동성과 개인투자자 손실이 커지면서 ‘졸속 도입’ 논란으로 번졌다.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청와대가 강행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정책 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가 도마에 올랐다.
김 실장은 레버리지 ETF 하나만으로 증시 변동성을 설명할 수 없다며 구조적인 요인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더 거세졌다. 야당은 김 실장을 “정책실장이 아니라 실책실장”이라고 공격했고 범여권에서도 ‘관치 금융의 실패’라며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동산 정책은 더 무거운 짐이었다. 서울·수도권 집값과 전월세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실거주 여부에 따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달리하는 방안을 꺼내자 “1주택자까지 투기 수요로 보느냐”는 반발이 일었다. 공급은 더딘데 세제와 대출 규제부터 앞세운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7주 연속 하락해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오자 경제라인 쇄신론에도 힘이 실렸다. 개각에서 김 실장이 빠지자 여권에서 압박은 더욱 거세졌고, 결국 김 실장이 자진 사퇴하는 모양새로 정리됐다.
공교롭게도 김 실장의 퇴진 시점은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이 국회로 넘어가고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출범한 때와 맞물린다. 1기 경제라인이 핵심 정책의 설계를 마무리한 만큼 2기에는 집행과 성과를 맡긴다는 모양새도 갖췄다.
성장엔 가속페달, 부동산·금융엔 완급조절
2기 경제라인의 산업·재정정책은 연속성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정부는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에 재정과 정책금융을 집중해 민간투자를 끌어낼 계획이다. 첨단산업의 공급 능력을 키워 성장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정 여력을 다시 투자하는 ‘생산적 선순환 재정’도 그대로 간다.
반면 부동산·금융 정책에서는 이미 완급 조절이 시작됐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여당과 시장의 반발을 반영해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고, 200%로 높이려던 세 부담 상한도 현행 150%로 되돌렸다. 혜택 축소 논란을 일으킨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도 철회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완벽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국민과 국회의 합당한 지적은 망설임 없이 반영하라고 주문했다. 성장정책의 방향은 유지하되 국민의 자산과 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은 유연하게 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후임 정책실장으로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김 장관이 기용되면 첨단산업과 민간투자에, 권 부위원장이 낙점되면 가계부채와 부동산 금융, 자본시장 안정에 각각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