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경제멘토의 "침체" 한 마디에…때아닌 경기 논쟁

김정남 기자I 2018.05.16 16:33:15

김광두 부의장發 때아닌 경기 논쟁
"오히려 경기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
''나홀로 성장세'' 수출, 논쟁 여지 커져
소비·투자도 회복세 견인 해석 분분
고용 충격파, 경기 논쟁에 기름 부어
"추후 정부 경제정책 지적 많아질듯"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 침체 국면의 초입”이라고 밝히면서, 때아닌 경기 논쟁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 경제는 회복 국면일까, 아니면 둔화 국면일까.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멘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침체 국면의 초입”이라며 정부의 진단을 반박하면서, 때아닌 경기 논쟁이 일고 있다.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일자리 쇼크’가 경기 논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김광두 “경기침체 초입 단계”

16일 정부와 경제계에 따르면 김 부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지표로 볼 때 경기는 오히려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기 회복세’ 진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법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주요 경제정책을 자문하는 직속 기구다. 이 기구의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당연직 위원이다. 김 부의장은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균형을 잡아줄 보수 인사로 주목 받아 왔다. 그런 만큼 정부의 경기 진단과 다른 목소리를 낸 건 매우 이례적으로 비쳐진다.

김 부의장은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의 국가미래연구원 기고문을 링크하면서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로 보면 경기 하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며 “‘회복 흐름’이라는 정부의 경기 판단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99.8이라고 발표했다. 이 지수가 100을 하회하는 건 경기 하강의 신호다.

김 부의장이 언급한 ‘침체(recession)’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통상 마이너스(-) 성장까지 염두에 둘 정도의 경기 악화를 뜻하는데, 한국 경제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라는데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다만 ‘둔화’ 국면으로 바꾸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에 동의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1% 성장했던) 지난해보다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8%다. 현대경제연구원(2.8%)과 한국경제연구원(2.8%) 같은 민간 기관들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다.

이는 정책당국의 진단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달 그린북을 통해 “세계 경제 개선과 투자 심리 회복 등에 힘입어 회복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고,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수출과 설비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소비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3.0%)와 한은(3.0%)은 올해도 3%대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소비 등 논쟁 여지 커져

경제를 홀로 이끌다시피 한 수출부터 논쟁의 여지가 생겼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5% 줄었다. 지난 2016년 10월 이후 18개월 만의 감소다. 정부 측은 “수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민간연구원 한 고위관계자는 “수출 증가세의 정도가 생각보다 다소 약한 것 같다”며 “특히 반도체 외에는 주력 수출품 전망이 밝지 않은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만에하나 수출이 본격 둔화하면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소비 역시 해석이 분분하다. 민간소비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분기 이후 2.1%→2.4%→2.6%→3.4%→3.4%를 기록했다. 3%대 수치를 통해 반등을 점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물가 둔화를 근거로 소비심리 부진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와중에 예상을 웃도는 고용 충격파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회복세에 의구심을 품는 시각이 늘면서, 경기 논쟁에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이날 내놓은 고용동향을 보면, 이번달 취업자 수는 2686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3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당초 입장을 뒤집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추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지적이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상봉 교수는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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