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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좋은 세금제도라고 하면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면서도 납세자들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불필요하게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억제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안에서 논란이 된 1주택 비거주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보유 공제 폐지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본인 소유 주택에 살지 못하는 비거주 1주택자와 부부 공동명의 주택에 대한 세금 인상 등은 세 계산을 복잡하게 하고, 정부 정책을 스스로 뒤집어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낳고, 납세자들이 원치 않는 선택을 하도록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세제의 전형이다.
또한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생산적 금융을 지원하겠다며 신설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에 세 혜택을 집중하기 위해 기존 ISA에 대한 연간 납부 한도 이월을 막고 계약기간을 단축해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한편 생산적 금융 ISA에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담지 못하게 한 조치도 인위적으로 자금 흐름을 바꾸려고 한 바람직하지 않은 세제 개편이다.
올해 세제개편안의 허술함 자체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개편안에 대한 비판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다. 조세저항이라는 프레임이 낳는 가장 큰 문제는, 성격이 다른 비판들을 하나로 뭉개 버린다는 점이다. 세금을 더 내기 싫다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제도 설계가 취지에 맞지 않다는 기술적 지적이 있을 수 있고 당정협의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절차상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는데,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만 규정한다면 다른 성격의 비판은 묻혀 버리게 되는 셈이다.
실제 제기된 비판을 보면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예외 사유로 취학·전근·직장 이전 등을 최대 3년까지 인정한다고 했지만 육아, 가족 돌봄, 장기 전근, 해외 체류 같은 사례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고, 장특공제 개편에서도 보유 기간 중 물가 상승에 따른 명목이익 과세를 막으려던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나왔다. 이는 “세금 내기 싫다”가 아니라 “정부가 말한 목적과 수단이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비판의 주체를 봐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나온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이나 ISA 개편안에 대한 시민단체나 금융투자업계의 지적 등 세부담을 직접 감당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판도 조세저항으로 단순히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뼈아픈 대목이다.
세금은 국가가 행사하는 가장 직접적 강제력이고, 그래서 근대 이후 조세법률주의와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조세순응 연구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은, 납세 의지를 좌우하는 것이 절대 세율보다는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라는 점이다. 즉 ‘내가 왜 이만큼 내는지 납득할 수 있는가’, “세제가 예측 가능하게끔 만들어졌는가”가 결정적이다.
정부 스스로 ‘세금 형평을 위한 조세 정상화’라는 주장을 방패막이 삼아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조세저항이나 납세자들의 반발 정도로 여겨선 안 될 일이다. 그 만큼 조세제도는 국민 삶에 가장 밀착된 이슈이고, 그로 인해 세제 개편이 정권의 신뢰를 흔든 사례를 우리는 무수히 봐왔다. 납세자와 전문가들의 지적을 경청하고 묘수를 찾아가는 겸허함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