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예상 전력 판매 가격을 토대로 사업성을 검증했다고 설명했으나, 국회에서는 경제성 평가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아 투자 판단의 근거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대미투자가 실제 자금 집행 단계에 접어들면서 수익성 검증과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24억달러는 이미 송금…“PPA도 아직 안 맺었다”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대미투자 사업의 의사결정 과정과 자료 제출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감에서 “검증도 없이 24억달러가 바로 송금되고 검증도 없이 100억달러는 선급금부터 약속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지난 1일 정부가 텍사스 가스복합발전 사업 첫 투자로 24억달러를 미국으로 송금한 걸 두고서다.
텍사스 발전소를 둘러싼 논란은 전력 판매 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성을 어떻게 판단했느냐는 점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인 만큼 실제 수요처와의 PPA 체결 여부와 계약 조건은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일정한 가격 범위에서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사업성을 검토했다”라며 “상업적 합리성이 베이스케이스에서는 충족된다고 검토가 됐다”고 해명했다.
미국 원전 사업에 대한 100억달러 선급금 지급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는 미국 원전 8기 가운데 한국형 APR1400 2기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정부는 총사업비 1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사업에 대해 세부 내용을 추가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투자금 회수 시점과 규모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 측이 올해 말까지 100억달러를 우선 송금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이 최종 검증되고 국내법상 절차가 모두 갖춰져야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100억달러는 상업적 합리성이 완전히 검증된 후에 보내는 것”이라며 “그 절차를 다 거치면 줄 수 있다고 이야기돼 있다”고 말했다. 기송금된 24억달러는 원전과 무관한 텍사스 발전소와 관련된 자금이라고 선을 그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의 투자를 놓고 한미 양국 간 온도차도 논쟁의 대상이 됐다. 미국 측에서는 한국의 알래스카 LNG 투자 규모를 500억달러 이상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고 맞섰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이 공개한 팩트시트에는 양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작업 착수에 합의했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정부가 앞서 이를 ‘구체화된 바 없는 미확정 후속 검토 과제’라고 설명했다”고 문제 삼았다.
그는 산업통상부가 경제성 평가 용역과 자문을 진행하고도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패키지를 추진하면서 경제성 분석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예산 심사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알래스카 LNG 사업의 추진 여건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설명하면서도 한국의 투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민간 중심으로 했던 프로젝트를 연방정부가 주도해서 하겠다고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권 반도체 선정 논쟁…추가 투자 우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국회에서 대미투자 협상과 연결한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 반도체 투자 규모가 막대한 만큼 미국이 한국 기업의 투자 여력을 확인하고 추가적인 대미 반도체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호남 반도체 투자 규모를 약 800조원으로 거론하며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약 6000억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6000억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고 하니 미국에서는 ‘한국이 아직 투자할 여력이 많고 돈이 많구나’라고 생각해 대미투자 압력을 계속 넣는 것 아니냐”고 했다.
호남권을 반도체 투자 입지로 선정한 과정도 논란이 됐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도 “메가프로젝트를 처음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반도체 성장을 전국 거점화해 모든 지역이 골고루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부 예산안 편성대로라면 ‘호남 1극 성장’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주장했다.
투자 입지를 기업이 먼저 제안했는지를 놓고도 정부와 기업의 설명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은 일관되게 기업에서 먼저 특정 지역 (투자를) 얘기한 바 없다. 서남권 투자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고 말한다”며 “(기업이 투자를 제안했다는) 정부의 말이 맞는 건지 진실 공방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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