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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잘 살았구나”…홀로 딸 키우던 40대, 6명 살리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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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연 기자I 2026.09.17 19: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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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어머니 “아들이 미처 살지 못한 삶까지 살아주길”

[이데일리 남소연 기자] 아내와 사별 후 홀로 딸을 키워온 40대 가장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기증자 박종희씨.(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기증자 박종희씨.(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조선대학교병원에서 박종희씨가 심장과 간, 양쪽 신장과 안구를 기증했다고 17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달 23일 밤 평소와 다름없이 어머니와 전화로 안부를 나눴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고,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후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뇌출혈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가족이 장기기증을 결정한 데에는 박씨가 생전 보여온 생각과 삶의 태도가 크게 작용했다.

유족에 따르면, 10여년 전 박씨의 어머니가 사후 시신 기증 의사를 밝혔을 당시 그는 ‘많은 사람을 돕는 좋은 일’이라며 그 뜻을 지지했다고 한다. 가족은 박씨가 평소에도 기증의 의미에 공감하고 나눔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왔던 점을 떠올려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외동아들이었던 박씨는 어릴 적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를 위해 스스로 식사를 챙기고 집안일을 도왔던 의젓하고, 착한 아들이었다.

졸업 후 20여년간 판매직에 종사한 그는 아내를 일찍 떠나보낸 뒤, 홀로 외동딸을 키워왔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어머니에게 자주 안부를 묻고, 쉬는 날이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주변 사람에게도 늘 따뜻한 사람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보면 먼저 손을 내밀었고, 직장에서도 동료와 손님들에게도 늘 살갑게 대했다.

또, 누군가에게 한 번 대접받으면 서너 번은 대접할 정도로 베풀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박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의 휴대전화에는 걱정하는 지인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빈소에도 많은 친구와 직장 동료들이 찾아왔다.

어머니 노판임씨는 그 모습을 보며 아들의 삶을 다시 돌아봤다고 했다.

노씨는 “그 모습을 보면서 짧게 살았지만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아들에게 건넨 어머니의 마지막 인사는 더욱 먹먹했다.

노씨는 “종희야, 일찍 떠난 것은 무척 아쉽지만 좋은 일을 하고 갔다고 생각하면 엄마도 행복하다”며 “엄마 걱정하지 말고, 여기에서 살아온 것처럼 그곳에서도 좋은 일만 하며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의 장기를 받은 이들에게도 “아들이 미처 살지 못한 삶까지 오래 건강하게 살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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