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우리가 닫으면 환자 갈 곳 없다”…강원도 응급환자 종착지 춘천성심병원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안치영 기자I 2026.10.14 19:50:30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조재호 한림대춘천성심병원장 취임 기자간담회
전공의 떠난 자리 교수들이 당직…24시간 진료 유지
강원대병원과 소아 당직 공유…환자 헤매는 시간 줄여
조재호 병원장 “국립·사립보다 필수의료 역할 봐야”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강원도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춘천성심병원이 환자를 못 받으면 (환자가) 갈 데가 없다. 어떻게든 오는 환자를 살려야 한다.”

조재호 한림대춘천성심병원장(사진=춘천성심병원)
조재호 한림대춘천성심병원장(사진=춘천성심병원)
조재호 한림대춘천성심병원장은 14일 병원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원지역은 넓은 면적과 산악 지형 탓에 병원 접근성이 떨어진다. 고령화로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늘지만 전문인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춘천성심병원은 이런 여건에서 뇌졸중·뇌출혈과 심근경색, 골절·외상 등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받아내며 지역 의료안전망 역할을 맡고 있다.

조 병원장은 “많은 전공의가 빠져나간 상태에서 교수들이 직접 당직을 서줬고 그 힘으로 버텨왔다”며 “인근 병원이 문을 닫을 때 환자가 두 배로 몰리는 상황도 견뎌야 했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춘천성심병원은 최근 10년간 응급실 운영을 한 번도 중단하지 않았다.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가 떠난 상황에서도 교수들이 직접 당직을 서며 응급실을 지켰다.

환자 규모에서도 지역 응급의료를 떠받치는 병원의 역할이 드러난다. 병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2만 8400명의 응급환자를 진료했다. 2023~2025년 119를 통해 이송된 환자는 1만 9387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6992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 올해도 9월 말까지 응급실 내원환자 2만 2890명, 119 이송환자 5829명을 기록했다.

병원은 2016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이후 세 차례 재지정을 받았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치료를 맡는 지역 거점 의료기관이다. 병원 측은 초기 처치부터 입원, 시술·수술, 중환자 치료까지 신속하게 이어지도록 진료과 간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뇌신경질환과 중증응급, 골절·외상·관절 등 근골격계 질환에 인력과 의료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환자가 길 잃지 않게”…병원 간 협력으로 치료 공백 메운다

춘천성심병원이 내세운 ‘지역완결형 의료’는 모든 환자를 병원 안에서 치료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는 최대한 책임지되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해당 분야를 잘하는 병원으로 신속하게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조 병원장은 이를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대병원과 소아 진료 일정을 공유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두 병원은 소아 전문의가 진료할 수 있는 시간을 서로 알리고 119에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응급 소아환자가 발생했을 때 구급대가 치료 가능한 병원을 미리 파악해 이송 과정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줄이려는 조치다.

병원 관계자는 “전담 전문의가 17명 있어도 소아 진료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강원대병원과 전문의가 있는 시간을 공유해 어느 시간에 어느 병원이 환자를 볼 수 있는지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병원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역할을 나눠 진료 공백을 메우는 방식이다.

지역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도 치료에는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들의 협력체계를 활용한다. 심장질환 환자에게 관상동맥 우회수술 등이 필요하면 수술이 가능한 산하 병원으로 연결한다. 급성기 치료가 끝난 뒤에는 지역 병·의원이나 재활·회복기 의료기관으로 회송해 후속 치료와 관리를 이어가도록 한다.

뇌출혈 환자의 초기 대응을 돕는 비대면 협진 플랫폼도 같은 목적에서 개발했다.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 병원이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플랫폼에 올리면 거점병원 의료진과 연결돼 초기 처치와 이송을 논의하는 방식이다. 이재준 한림대의료원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부터 함께했다는 것”이라며 의료 취약지역의 치료 공백을 줄이는 데 연구 역량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헌신만으로 버티기엔 한계…“필수의료 역할에 맞춰 지원해야”

조재호 한림대춘천성심병원장(사진=춘천성심병원)
조재호 한림대춘천성심병원장(사진=춘천성심병원)
문제는 이런 체계를 유지할 인력이다. 병원은 강점이 있는 응급·뇌신경 분야에 투자해 진료 역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과·외과 등에서는 의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원 내 다른 병원에서 인력을 파견받고 근무환경과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있으나 병원 자체 노력만으로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병원 간 협력도 일부 의료진의 헌신에 기대는 한계가 있다. 간담회에서는 의료진과 구급대원 등이 참여하는 뇌혈관질환 연락망을 두고 “몇 분이 희생해 겨우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자를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해도 이를 상시 운영할 인력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조 병원장은 지역 필수의료 지원에서도 병원의 설립 주체보다 실제 수행하는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대병원 육성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사립대병원들이 오랫동안 응급·필수의료를 담당해온 강원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병원장은 “춘천과 영서지역은 춘천성심병원, 강릉은 강릉아산병원, 원주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그 역할을 해왔다”며 “강원도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기존에 잘하던 기능에 대해서는 같은 지원과 보상체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료는 국립대병원이나 사립대병원 어느 한 곳만 강해져서는 완성될 수 없다”며 “각 의료기관이 실제 수행할 수 있는 기능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역할을 나누고 서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