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산 관세 부과하자 중국산 급증
중국산, 국산 대비 약 20-25% 저렴
수입산 독점시 가격 인상 무방비 노출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 마련해야"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국내 가구 원자재 시장을 잠식하던 태국산 파티클보드(PB)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가 시행된 지 수개월이 흘렀지만, 가구 원자재 업체들의 위기감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정부의 보호조치에도 불구하고 태국 업계가 관세를 감수한 채 저가 공세를 이어가는 한편, 중국 업체들 또한 헐값 밀어내기로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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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가구, 건축 내장재의 필수 원자재인 PB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현재 국내에 단 두 곳에서만 생산을 하고 있는데 이들마저 태국과 중국 업체들에 밀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PB는 주로 폐목재를 잘게 부순 조각들을 접착제와 함께 고온·고압으로 압축해 만든 판재로 책상, 수납장 등 다양한 가구에 적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하는 PB는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외산 중 대부분은 태국에서 수입한다. 태국 업체들의 공략에 설자리를 잃어가던 국내 업체들은 최근 태국산 제품의 무분별한 저가 공세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무역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당국은 태국산의 덤핑 사실과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인정, 지난해 12월부터 13.03~15.18%에 이르는 확정 관세를 부과했다.
문제는 태국산 제품이 관세 부과에 주춤한 사이 중국산 PB가 무서운 속도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중국산 PB 수입량은 태국산에 대한 잠정관세 판정이 내려진 직후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1만1146톤 수준이던 중국산 PB 수입량은 올해 1분기 9만3571톤 수준까지 9배 가량 폭증했다. 현재 중국산은 국산 대비 약 20~25% 정도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PB 시장에서 미미했던 중국산 점유율은 최근 10% 수준까지 올라왔다.
국내 가구 제조사들은 현실적으로 원가인하를 위해 수입산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PB는 가구를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쓰이는 자재로 원가 인하를 위해 해외 PB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태국산과 중국산 PB의 저가 공세에 국내 기업은 고사 직전이다. 실제 국내 A사는 수입산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되기 직전 91% 수준의 공장 가동률을 유지했으나, 2025년 가동률이 79.6%까지 하락했다. 통상 PB와 같은 장치 산업에서 가동률 80% 이하는 적자 구간 진입을 의미한다.
PB 시장 내 해외 의존도가 심화되면 가구 등 관련 산업 전반으로 그 영향이 커진다. 국내 생산 기반이 무너진 자리를 수입산이 독점할 경우, 해외 공급사의 일방적 가격 인상이나 수급 조절에 국내 기업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원자재 수급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A사 관계자는 “현 정부 조치만으로는 시장 왜곡을 바로잡기엔 역부족이며, 국내 기업들은 생존 한계점에 다다른 상태”라며 “고사 위기에 처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내 PB기업인 B사 관계자는 “PB 시장에서 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수준으로 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입산 대비 경쟁력을 갖추는 게 먼저인데 인건비, 전기 요금 등 비용이 많이 들어 저가 제품들에 밀리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PB 생산에 쓰이는 접착제 재료인 화학 원료 ‘요소’ 가격이 최근 2~3배 수준으로 올라 더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며, PB 산업은 폐자재를 자원화시키는 자원 순환에도 기여하는 기업들인데 이에 대한 혜택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 | 국내산 PB 완제품 모습 (사진=국내 PB 생산업체 A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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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PB의 원재료로 쓰이는 폐목제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국내 PB 생산업체 A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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