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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코스피에서 4조 9664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역대 12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개인이 4조 3276억원을 순매수했지만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2조 5983억원의 매도 우위가 나타나 지수의 낙폭을 되돌리지 못했다.
급격한 매도세에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형 반도체주에 매물이 집중되며 시장 전반으로 투매 양상이 번졌다.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은 AI 관련 반도체주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스위스계 금융기관 UBP의 베이선링 매니징 디렉터는 블룸버그에 “AI 관련 반도체주를 향한 탐욕이 공포로 바뀌었다”며 “투자자들은 이제 각각의 뉴스가 실제 펀더멘털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기보다 모든 소식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매도의 구실로 삼고 있다”고 했다.
코스피가 역내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맷 심슨 스톤엑스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이번 매도세가 절망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주 투자자들이 나스닥의 움직임만을 보고 앞다퉈 출구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는 코스피가 아시아의 투자 심리를 좌우하고 있으며,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도체주 매도세를 자극한 재료로는 중국의 자국산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생산 소식이 언급됐다. 블룸버그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한 국영기업이 액침 DUV 노광장비 생산에 들어갔다고 디인포메이션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네덜란드 ASML이 8.4% 급락하는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반도체 장비주가 동반 하락했다. 다만 해당 기업의 생산 목표는 올해 5대, 내년 20대로 지난해 액침형 DUV 장비 131대를 공급한 ASML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단계다.
중국 메모리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 흥행도 국내 반도체주의 수급 불안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됐다. CXMT는 기업공개를 통해 579억 2000만위안(약 12조 5000억원)을 조달했으며,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3조 3000억위안을 넘어서며 중국 본토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삼성증권 트레이더를 인용, 일부 아시아 헤지펀드가 CXMT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매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의 기술 진전에 비해 시장 반응이 지나쳤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징제위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AP통신에 “중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역량이 진전된 데 시장이 충격을 받았고 이러한 진전이 글로벌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선도업체들의 경쟁적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매도세는 상당 부분 반사적으로 나타난 과민반응으로 지나친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며 “글로벌 반도체 선도업체들의 지배적인 지위가 실질적인 위협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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