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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에도 고난이 있더라"…웃음과 감동 남긴 창극 '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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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연 기자I 2026.09.14 23: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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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창극 '귀토' 리뷰
수궁가 그 이후를 상상한 스핀오프, 4년 만에 재연
김수인·김우정 새 조합 안정적…동물 움직임 살린 안무 위트
재치 있는 대사와 해학으로 시종일관 객석 웃음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용궁에서 탈출한 토끼는 어떻게 됐을까? 토끼를 놓친 별주부는 용궁으로 돌아갔을까?

'귀토'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
'귀토'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의 창극 ‘귀토’는 판소리 ‘수궁가’의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에서 상상력을 보태 출발한 작품이다. 별주부 자라에게 속아 용궁에 갔다가 꾀를 내 탈출한 토끼. ‘귀토’는 그 토끼의 아들인 ‘토자’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다. 2021년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9%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이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토자’는 ‘삼재팔란’(三災八難)으로 부모를 잃고 육지를 떠나 용궁으로 향한다. 삼재팔란은 토끼가 육지에서 겪는 갖은 고난과 재앙이다. 육지에 간을 두고 나왔다며 용왕을 속이고 살던 곳으로 돌아온 토부(兎父)는 처자식을 만나자마자 독수리에게 잡히고, 토모(兎母)마저 포수에게 목숨을 잃는다. 천애 고아가 된 토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고난이 가득한 육지를 떠나 평화로운 미지의 세계 수국(水國)으로 가기를 꿈꾼다. 병든 용왕을 위해 토끼 간이 필요했던 수중 동물들은 토자와 토녀를 포획하지만, 위정자 용왕을 살리고 싶지 않은 병마사 주꾸미는 은밀히 이들을 돕는다.

이번 재연에서 눈에 띈 건 새로운 캐스팅 조합이었다. 토자 역의 김수인, 토녀 역의 김우정, 자라 역의 최용석 등이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극을 무리 없이 이끌었다. 여기에 고블린파티 안무가 지경민이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동물의 특징을 풀어낸 방식이 이번 무대의 큰 볼거리였다. 토끼 역 배우들이 앞발을 모으고 뒷다리로 깡충 뛰는 동작, 주꾸미 역 배우가 팔을 흐느적거리며 걷는 움직임, 자라 역 배우가 목을 돌리는 몸짓까지, 동물 각각의 특징을 위트 있게 포착해 관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귀토'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
'귀토'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재밌다’는 것이다. 재치 있는 대사와 해학, 능청스러운 입담, 세련되게 녹여낸 유행어 활용까지 시종일관 객석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무거운 우화가 될 법한 소재를 이렇게까지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창극이라는 장르가 지닌 대중적 잠재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웃음 뒤에 남는 여운도 만만치 않다. 극은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용궁의 바다 생물들은 토자의 사연을 듣고 역지사지하며 측은지심을 갖게 되고, 그 마음이 모여 결국 토자와 토녀는 목숨을 구한다. 용왕 역시 병든 몸이 아니라 병든 마음을 고쳐먹는다. 여러 고난과 갈등 끝에 이들은 결국 뭍이나 물이나 서로가 같은 처지라는 것을 깨닫고 ‘이해’를 얻게 되는 것이다.

고선웅 연출은 이번 재연을 준비하며 초연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욕심 내지 강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재연에선 공연의 템포를 조절했고, 음악과 LED패널을 사용해 관객의 몰입감을 높였다. 고 연출은 ‘귀토’를 다시 선보이며 “토끼의 생이나 우리의 생이나 비슷하다. 우환도 우환이지만 마음 다스리기가 특히 그렇다”며 “물이나 뭍이나 거기서 거기는 분명히 맞다. 나쁜 생각과 불평에 머문다 싶을 땐 곧장 털어내는 버릇을 들이자”고 전했다.

‘귀토’는 세종특별자치시 세종예술의전당에서 18~19일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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