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재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신임 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시대 SPRi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6일 제5대 소장으로 취임한 박 소장은 연구 성과의 양보다 정책과 산업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쓰임새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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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소장은 “그동안 연구 결과물도 훌륭했고 구성원들도 진정성을 갖고 노력해왔다”면서도 “그 결과가 정책 현장에 얼마나 반영됐고 산업계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놓고 보면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외부의 냉정한 평가는 연구소의 현재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지적”이라며 “정책 연구기관으로 신뢰를 얻으려면 산업과 정책 현장에 실제로 도움이 됐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AI·SW 정책 전체 조망하는 플랫폼 필요”
박 소장이 제시한 SPRi의 핵심 방향은 ‘AI·SW 정책 플랫폼’이다. 여러 기관이 AI와 SW 관련 연구와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전체 흐름을 조망하면서 정부와 산업계에 필요한 정책 의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기능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보면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제시해야 한다”며 “정부와 산업계의 입장을 조율하는 공론장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 산업계 관계자들이 AI·SW 현안을 정례적 또는 수시로 논의하는 정책 연구 패널을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AI 시대 SPRi가 우선 다뤄야 할 과제로는 SW 산업 생태계 재정비를 꼽았다. 기존 SW 기업이 AI 중심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자본과 인력, 제도 측면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AI 개발 도구 확산으로 낮아진 진입장벽을 활용해 AI 스타트업 창업을 촉진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박 소장은 개별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보다 개발자와 파트너사, 투자자,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경쟁력도 기술력뿐 아니라 강력한 생태계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도 기업을 하나씩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생태계가 작동하려면 수요가 필요하고, 초기 수요를 만들어줄 수 있는 곳이 공공 부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AX와 제조 AX 과정에서 국내 AI·SW 기업이 사업 경험과 레퍼런스를 확보하도록 공공 수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에서 축적한 실적을 발판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성장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국내 기업이 먼저 레퍼런스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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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SW 발주와 검수 체계도 AI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공공 정보화 사업은 개발자가 투입돼 코드를 작성하고, 완성된 결과물이 사전에 정한 요구사항을 충족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반면 AI 시스템은 같은 입력에도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확률적 특성이 있어 기존 방식만으로 성능과 품질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박 소장은 “현재 대가 산정 체계도 기본적으로 투입 인력의 비용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며 “AI 시스템이 어느 수준에 도달해야 발주기관의 기대를 충족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 SW 발주와 대가 산정, 검수 기준을 AI 시스템의 특성에 맞게 전반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혁신적인 AI·SW 제품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조달 절차를 개선하고,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담당 공무원의 책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봤다. 책임 문제에 대한 우려로 검증된 기존 제품만 선택하면 공공 부문이 혁신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I로 연구 효율 높이고 현장 더 찾아갈 것”
SPRi 내부의 연구 방식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문헌 검토와 자료 수집, 기초 분석 등 반복적인 업무에는 AI 도구를 활용하고, 연구자는 자료 해석과 정책 설계에 더욱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소장은 “AI 도구를 활용하면 연구의 질과 생산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며 “그렇게 확보한 시간은 산업과 정책 현장을 더 많이 찾아가는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SPRi 연구의 쓰임새를 정책 현장에서 증명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보고서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정책과 사업, 제도로 구현된 사례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박 소장은 “어떤 정책이나 제도를 두고 ‘SPRi의 연구가 구체화돼 실현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며 “정책과 관련해 SPRi에 가면 답을 찾을 수 있고, SPRi의 연구 결과가 정책과 사업, 제도로 이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