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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어는 쌀·토끼가 됐다…中 검열 넘는 언어 연금술[왓츠 인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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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관 기자I 2026.10.22 18: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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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대신 ‘米兎’…소리 빌려 뜻 전하는 우회 표현
발음 같거나 비슷한 글자 활용한 ‘해음(諧音)’ 문화
글자서 이미지·기호로…통제와 대응의 끝없는 순환

[최여진 맥스밸류 캐피탈 최고경영자(CEO)] 중국 사회를 설명하는 오래된 표현에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對策)’이 있다. “위에서 정책을 내놓으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세운다”는 뜻이다. 정해진 규칙과 제약 속에서도 대응할 길을 찾아온 중국 사회의 한 단면이다. 오늘날 디지털 공간에서는 이런 대응이 언어의 변형으로 나타난다.

중국에서 소리를 빌려 뜻을 더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글자를 활용하는 ‘해음(諧音)’ 문화가 오래전부터 일상에 자리했다. 설날 식탁에 생선(魚·yu)을 올리며 풍요와 여유(餘·yu)를 기원하는 풍습이 대표적이다. 두 글자는 소리가 같지만 뜻이 다르다. 이를 알아듣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의 소리는 두 겹의 의미가 있다. 축복과 유머에 쓰이던 방식은 인터넷에서 새로운 용도를 얻었다. 어떤 말을 직접 쓰기 어려울 때 소리는 남기고 글자만 바꾸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나 정책 비판이 삭제·검색 제한 대상에 이름을 올리면 이용자들은 다른 표현을 찾는다. 비슷한 발음의 글자를 쓰거나 그림과 기호로 바꾼다. 검열 기준을 피하면서도 상대에게 뜻을 전하려는 시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미투(MeToo)’ 운동이다. 2018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관련 해시태그가 검열 대상에 오르자 이용자들은 쌀(米·mi)과 토끼(兎·tu)를 꺼내 들었다. ‘ 글자대로 읽으면 ‘쌀토끼’지만 맥락을 아는 사람에게는 성폭력 피해 고발과 연대를 뜻하는 ‘Me Too’와 비슷하게 들린다. 쌀과 토끼 그림을 나란히 놓는 방식도 등장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표현 자체보다 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이다. 같은 그림도 맥락을 모르면 귀여운 장식에 불과하다. 그러나 뜻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지와 연대의 신호가 된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걷는 사진을 곰돌이 푸와 티거에 빗댄 이미지가 화제가 됐다. 이후 시진핑과 연결된 일부 풍자 이미지가 검열 대상에 올랐다. 시진핑이라는 이름을 성조 화살표 ‘↗↘↗’로 나타낸 사례도 있다. 이름 대신 소리의 높낮이만 남긴 것이다. 그 맥락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화살표 세 개만으로도 뜻이 통했다.

우회 표현에는 역설이 있다. 널리 알려질수록 뜻을 전달하기 쉬워지지만, 관리 당국도 그 의미를 알아차리기 쉬워진다. 소통에 성공한 표현이 다시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이용자들은 또 다른 글자와 이미지를 찾는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2024년 교육부와 함께 인터넷 언어·문자 사용 규범화 특별행동을 추진했다. 발음·형태·의미를 비튼 표현과 인터넷 은어, 암시적 표현의 남용 등을 정비 대상으로 제시했다. 공식 목적은 언어 규범화와 청소년 보호다. 규칙이 촘촘해질수록 그 안에서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기술은 특정 표현을 걸러내지만 사람들은 그 기준을 의식하며 글자와 기호를 다시 조합한다. 플랫폼 기업은 당국의 관리 기준을 서비스에 적용해야 하고 이용자들은 바로 그 서비스 안에서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낸다. 규제와 대응을 반복할수록 ‘위에는 정책이 있지만, 아래에는 언제나 삶이 만들어내는 대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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