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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없이 사후 제재”, “알고도 차단 미흡”…빗썸·FIU 법정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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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 기자I 2026.10.22 18: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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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변론서 영업 일부정지 6개월 적법성 공방
100만원 미만 출고 차단·고의 및 중과실 쟁점
빗썸측 "국가 책임을 민간 사업자에 떠넘겨"
두나무에 1심 패소한 FIU “거래소별 조치 달라”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빗썸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영업 일부정지 처분의 적법성을 두고, 첫 변론기일에서 공방을 벌였다. 핵심 쟁점은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로의 출고를 막기 위한 빗썸의 조치가 충분했는지, 미흡했다면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되는지다. 빗썸은 구체적인 이행 기준 없이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FIU는 금액과 무관하게 거래를 차단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도 충분한 통제 장치를 갖추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22일 오후 빗썸이 FIU를 상대로 낸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양측은 공개 변론을 통해 처분의 법적 근거와 빗썸의 거래 차단 조치, 제재 수준의 적정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앞서 빗썸은 지난 3월 FIU로부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368억원 처분을 받았다. 영업 일부정지는 신규 이용자의 가상자산 입·출금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빗썸은 처분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4월 이를 인용해 본안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영업 일부정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번 소송의 대상은 과태료가 아닌 영업 일부정지 처분이다. 영업 일부정지는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금지 의무 위반을 사유로 내려졌다. 고객확인(KYC) 의무 위반 등에 따른 과태료와는 처분 사유가 구분된다.

지난 4월 집행정지 심문은 본안 판결에 앞서 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멈출지를 다룬 절차였다. 이번 변론은 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본안 재판이다. 앞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도 같은 유형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빗썸 측은 이날 100만원 미만 출고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기준이 부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래블룰이 적용되는 100만원 이상 거래에서는 이용자가 수취 거래소 등의 정보를 입력하고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100만원 미만 거래에서는 같은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빗썸 측 소송대리인은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를 막기 위해 이용자 확약서를 받고, 블랙리스트를 운영하는 등 조치를 강화해왔다고 주장했다. 수신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출고를 차단하면 정상적인 거래까지 막을 수 있고, 이용자의 재산권과 개인정보 문제, 손해배상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가 정해야 할 기준과 책임을 민간 사업자에게 넘기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빗썸 측은 당국이 거래를 금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이행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당시의 법령과 기술적 여건에서 취한 조치를 사후적으로 고의나 중과실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FIU는 트래블룰과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 금지 의무를 구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100만원은 트래블룰 적용 기준일 뿐,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 금지에는 금액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FIU 측 소송대리인은 빗썸에 세 차례 업무협조문을 보냈고, 빗썸도 2022년 8월 금액과 관계없이 해당 사업자와의 입·출금을 제한하겠다고 공지했다며 의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FIU는 빗썸이 자체 블랙리스트에 등록한 지갑주소 40개 가운데 9개 주소로 등록 이후에도 총 1만4354건이 출고됐다고 지적했다. 해외거래소의 특정 엑스알피(XRP·리플) 입금주소는 2023년 3월22일 블랙리스트에 등록됐는데도 2024년 3월 한 달에만 2952건이 출고됐다는 설명이다. 차단 대상으로 파악한 주소로도 거래가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블록체인 분석 솔루션인 체이널리시스의 도입 여부보다 실제 활용 방식과 시점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FIU 측 소송대리인은 “빗썸이 출고 때마다 수신처를 실시간으로 조회하는 방식을 업비트보다 약 2년 늦게 도입했다”며 “100만원 미만 출고에 대한 수신처 확인 역시 지난해부터 적용했다. 앞서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FIU 측은 이를 ‘규제 공백’이 아닌 거래소의 ‘통제 공백’ 문제라고 규정했다. 거래 금지 대상과 의무를 알고 있었고 기술적 수단도 있었던 만큼 미필적 고의 또는 적어도 중과실이 인정된다는 주장이다. 빗썸 측은 FIU가 제시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추가 서면으로 반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두나무는 지난 4월 FIU를 상대로 낸 영업 일부정지 3개월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당국이 구체적인 이행 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나무가 거래 모니터링 등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며, 사후적으로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고의나 중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FIU 측은 같은 법적 의무가 적용되더라도 거래소별 위반 내용과 조치가 다른 만큼 별개의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FIU 측 소송대리인은 이날 통화에서 “의무도 똑같고 근거 조문도 똑같지만 서로 이행한 행태는 다르다”며 위반 기간과 횟수, 형태뿐 아니라 거래소가 취한 조치와 도입 시기도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IU가 처분에 앞서 각 거래소가 어떤 조치를 했고 어떤 부분이 미흡했는지를 조사했다며 “같은 의무를 위반한 것이지, 다른 사건과 똑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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