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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가 주택공급 발목 잡을 줄이야[부동산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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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기자I 2026.10.28 17: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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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이사회, 이전 비용에 대한 정부 확약 없이
경마장 이전 의결하면 배임 소지 있어
이사진 개인에게 사법리스크 생긴다는 게 문제
배임죄 문제 풀었으면 상황 달랐을 것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부지로 내놓은 과천 경마장 부지 개발이 예상치 못한 배임죄 이슈에 휘말리면서 발목이 잡혔다.

정부는 지난 1월 29일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과천 경마장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를 통합 개발해 98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후 8월 13일에는 이전 및 착공 일정을 구체화했다.

이후 경마장을 관리하는 한국마사회의 상급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마사회에 경마장 이전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전 요청을 받은 마사회는 대형 로펌에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그 결과 과천 경마장 이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지 않고 마사회 이사회가 이전 안건을 의결하면 이사진에게 업무상 배임과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자문을 받았다.

마사회가 추정한 과천 경마장 이전 비용은 약 2조 4000억원인데 이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가 이전 의결을 하고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법률 자문을 받은 마사회 이사회는 경마장 이전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는 마사회 이사진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마사회에서는 이전 비용 지원에 대해 정부가 확실한 보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관련 부처, 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성급하게 주택공급 방안을 내놓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배임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만든 원인으로 지목된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를 위배해 자신이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처벌하는 것인데, 그 기준이 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법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재계에서도 배임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줄기차게 내 왔다.

이같은 논란을 반영해 이재명 정부에서도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은 2025년 9월 30일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일반 배임죄를 폐지하고 대체 입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배임죄로 인해 기업인들이 과도하게 사법리스크에 노출되고 있고, 이로 인해 기업 경영이 위축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1년이 넘게 지나도록 배임죄 폐지는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 배임죄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이번 마사회 일만 해도 그렇다. 만약 정부여당이 배임죄를 폐지했다면 마사회 이사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협조해 경마장 이전 안건을 의결했을 것이다. 이전 비용 문제가 핵심이 아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책임을 이사진 개인이 져야 한다는 부담이 의결을 못하게 가로막는 일이었을 테니 말이다. 상황이 이런데 마사회 이사들을 설득해 봐야 그들이 입장을 바꿀지 의문이다.

이 참에 정부여당은 그동안 미뤄 놨던 배임죄 폐지와 대체 입법 논의를 다시 시작하길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놔야 하지 않겠나.

정부가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하기로 한 마사회 소유의 경마장 부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하기로 한 마사회 소유의 경마장 부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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