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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대응 태스크포스(TF)는 14일 성명을 내고 “희생자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으로서 희생자 유가족의 진정한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하거나 명단을 공개하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사람은 헌법 제10조, 제17조, 제37조 제1항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는다”라며 “누군가의 프라이버시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국가는 물론 사인에 의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간섭으로부터의 적절한 보호가 이루어질 것이 요구된다”라고 했다.
민변은 “이러한 취지에서 법원도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 즉 프라이버시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 당하지 아니할 법적 이익을 인정하고 있으며(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11327 판결), 개인정보보호법이 민간을 포함한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처리에 있어 ‘동의’를 원칙으로 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난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 등 피해자의 권리에 관한 국제적 준거 규범이라 할 수 있는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 행위와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 및 배상의 권리에 관한 기본 원칙과 가이드라인’은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이는 개인의 인격과 내밀하게 연결된 프라이버시의 공개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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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정부가 희생자 유가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과 사회적 추모와 애도를 위한 절차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서 사회적 추모, 연대를 목적으로 명단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희생자 유가족이 합치된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동의 없는 명단공개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유가족의 돌이킬 수 없는 권리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위와 같은 관점에서 TF는 언론과 시민들에게 공개된 ‘10·29 참사’ 희생자의 명단이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요청한다”라며 “더불어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에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권리와 입장을 고려하여 명단공개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촉구했다.
앞서 시민언론 ‘민들레’는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며 희생자들의 실명을 포스터 형태로 제작해 공개했다. 이 명단엔 나이, 성별, 거주지 등 신상 정보는 포함되지 않고 이름만 한국과 영어 알파벳(외국인)으로 적혔다.
명단을 공개한 매체는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라며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거나 이름도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반영토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