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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이유[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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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기자I 2026.09.16 22: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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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돌파구 안갯속…겨울 에너지亂 우려
북러 관계 밀착에 한반도 안보도 위협
강대국 이권 충돌에 중견국 연대 해법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중견국이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다.”

지난주 튀르키예 트라브존에서 열린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 사전회의에는 이데일리를 비롯한 10여개국에서 온 기자들이 모였다. 공식 의제는 기후 위기였지만, 정작 사석에서 더 치열한 토론 주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행사장 창문 너머로는 잔잔한 흑해가 펼쳐져 있었다. 그 바다 건너편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있다. 마냥 평화로워 보였기에 같은 바다를 두고 한쪽에서 수년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대화를 시작하면서 전쟁은 순식간에 현실의 문제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개입 방식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종전 노력까지 평가가 엇갈렸다. 인구의 약 40%가 러시아계인 돈바스 지역을 둘러싼 교착 상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놓고도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영토를 양보해서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과 그런 방식의 종전은 또 다른 전쟁을 부를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섰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유럽 국가들이 힘든 겨울을 맞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었다. 2022년 전쟁 이후 러시아는 겨울철마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와 난방 기반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우크라이나 또한 최근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기간 산업을 드론으로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이란 전쟁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와 각종 에너지 가격이 전반적으로 크게 뛴 상태다.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진 유럽 국가들도 난방비와 전기료 상승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전쟁 비용은 전선의 군인들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의 생활비와 난방비, 식료품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특히 목소리를 높인 것은 폴란드와 헝가리, 세르비아 등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유럽 국가 기자들이었다. 이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자국의 안보와 에너지 공급, 난민 문제와 직결된 생존의 문제였다. 질문은 한국으로도 향했다. 미·중 갈등 아래 한국의 외교 전략, 북한의 핵 위협과 러시아 파병 등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 역시 강대국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처지가 다르지만은 않았다. 대부분의 답변은 “그것은 복잡하다”로 시작했다. 실제로 간단한 답은 없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고, 북한의 행보도 계산해야 한다. 가치와 국익,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하나만 선택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을 포함한 중견국이 처한 현실이다.

결국 대화는 한 지점으로 모였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수록 중견국들이 서로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흑해 건너편의 전쟁은 결국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북러 밀착은 한반도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고,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의 경제적 여파도 국경을 넘어 번지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들이 ‘각자도생’만을 택한다면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중견국이 서로의 이해를 조율하며 공동의 선을 찾아가는 것. 거창해 보이지만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오히려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인지 모른다.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흑해 연안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위치한 건물.(사진=AFP)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흑해 연안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위치한 건물.(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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