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주도권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급격히 쏠리면서 시장의 채용 지도도 달라지고 있다. 자금력과 환율 이점을 앞세운 해외 사모펀드들이 조(兆) 단위 대형 딜을 독식하자, 로펌업계는 외국계 전담 인력을 늘리고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한국 데스크의 전열을 가다듬으며 ‘K-자산 쇼핑’을 위한 채용 공식을 새로 쓰는 모습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형 로펌들은 외국계 사모펀드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이 지난달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의 김경석 외국변호사를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변호사는 글로벌 로펌인 링크레이터스 등을 거치며 폭넓은 해외 사모펀드 네트워크와 딜 수행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로 꼽힌다.
다른 대형 로펌들도 글로벌 사모펀드 공략을 위해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다. 내부적으로도 영어에 능통한 주니어 변호사들을 집중 육성해 외국계 사모펀드 전담 팀에 배치하는 등 소통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국내 네트워크 중심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고객사 눈높이에 맞춘 글로벌 스탠다드 자문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강달러에 자금력 우위…날개 단 해외 사모펀드
로펌들이 글로벌 라인 재구축에 나선 이유는 시장의 돈줄이 해외 사모펀드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국내 M&A 시장에서 조단위 메가 딜은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칼라일, 블랙스톤 등 해외 사모펀드들이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2023~2024년 국내 사모펀드가 대형 거래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추세와 정반대 상황이다.
해외 사모펀드에 유리한 시장 환경도 조성됐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 수준을 유지하면서 달러를 쥔 해외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한국 자산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환율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특히 상장사 인수 시 의무 공개매수 도입이 추진되면서 국내 사모펀드보다 자본 동원력이 월등한 글로벌 사모펀드가 우위를 점하게 됐다.
최근 이어진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한국 사무소 리더십 재편 작업도 이같은 분위기를 방증한다. 올해 들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칼라일, 베인캐피탈,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MS 사모펀드), EQT파트너스 등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거나 관련 인선을 이어가고 있다. TPG(텍사스퍼시픽그룹)와 블랙스톤 등 기존 80년대생 리더가 이끌던 조직과 비슷하게, 세대 교체와 함께 딜 역량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각자도생 바쁜 토종 사모펀드…글로벌 공습에 무방비
해외 자본이 파상공세를 이어가는 사이,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국내 대형 사모펀드들은 저마다 내부 현안에 발이 묶여있다.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한국 시장을 공략할 때 국내 사모펀드들은 각자의 리스크 관리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매몰되며 시장 주도권을 내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내 사모펀드들의 ‘각자도생’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달 국내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한앤컴퍼니가 사모펀드(PEF) 협의회를 탈퇴한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도 사모펀드 간의 협력은 드물었지만,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창구에서마저 이탈하며 사실상 독자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역시 신규 대형 딜에 나설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홈플러스 등 산적한 포트폴리오 관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어서다. MBK가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해오던 일본 공작기계 제조업체 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 인수마저 최근 일본 정부의 반대로 중단되면서 신규 인수 동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로펌들이 인력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향후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강달러 기조와 제도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외국계 사모펀드의 한국 시장 공습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